[이코노타워]최수묵/벤츠와 벤처기업인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14분


“누가 벤츠600을 타고 다닐까.”

정보통신 벤처기업가 사이에 ‘주가폭등으로 떼부자가 된 젊은 벤처기업가가 2억원 가까운 벤츠600을 구입했고 이 때문에 전체 벤처기업가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벤츠인들 못 탈 리가 없지만 그나마 이 소문은 단순한 ‘루머’일 가능성이 크다. 선두 벤처기업인 중 외제 승용차를 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P사의 P사장은 현대의 에쿠스, G사의 K사장은 대우의 체어맨을 타고 다닌다. M사의 L회장, B사의 K사장은 운전사 없이 스스로 차를 몰고 다니는 ‘오너 드라이버’다.

N, K 등 정보통신 대기업은 외제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업상 외국기업과 접촉이 빈번한 곳이라 ‘부의 과시’가 아닌 업무상 필요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문이 확산되었을까.

업계에서는 “벤처기업의 급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여론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번 돈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한국적 풍토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어느 경우이든 간에 벤처기업가들이 돈을 쓸 때 주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말해 준다.

한글과컴퓨터 전하진사장은 “돈을 버는 과정이 떳떳했다면 어떻게 쓰느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사장은 “세계 최고급 제품을 만들라하면서 최고급 제품을 타지 말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눈치’가 아닌 ‘자부심’을 느끼면서 벤츠를 탈 수 있을 때 벤처기업인들의 성취욕이 더 왕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최수묵<경제부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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