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운전예절/핸들 잡을땐 통화 삼가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놈이다.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단 소속으로 연극을 하기도 하고 TV,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는 요즘은 시간에 쫓기는 생활의 연속이다. 바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누구나 필수품이 돼버린 휴대전화지만 가끔씩 꺼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얄미운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얼마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차안의 은은한 음악소리를 비집고 울린 갑작스런 휴대전화 소리. 한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 하지만 빡빡한 영화촬영과 체력훈련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도저히 인터뷰에 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잡지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자와 일정을 맞춰보려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그 시간은 마침 교통량이 많은 토요일 오후 2시. 시내 중심가를 지나던 터라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겨우 병목현상이 풀려 차는 속도를 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다른 한 손엔 핸들을 잡고 두 눈은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왔다갔다하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갑자기 옆에서 차가 끼어드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급제동을 해 다행히 큰 접촉사고 없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갔지만 눈 앞이 깜깜했고 등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휴우….

급한 마음에 휴대전화로 전화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전화했을 때 한번쯤은 “통화 가능하세요? 혹시 운전 중은 아니십니까?”라고 물어주는 작은 마음의 배려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석훈<배우 겸 탤런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