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오토바이-어린이 안전장구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자동차 운전자에게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비는 안전벨트. 하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 운전자와 어린이에겐 다른 안전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헬멧과 어린이용 안전의자 등이다.

이들 안전장비는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고발생시 생사를 가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대 이륜차동호회 회원 20여명는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 착용을 철칙으로 여긴다.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등 제대로 안전수칙을 지키면 오토바이는 기동성 있고 경제적일 뿐아니라 안전한 교통수단입니다.”

회장 이학범(李學範·22·기계항공공학부 3년)씨의 말이다.

이씨 등 고참 회원들은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우선 헬멧과 장갑, 보호대 등 안전장구 착용법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친다.

“헬멧은 안전도를 검증받은 것으로 하되 얼굴과 턱까지 덮는 풀 페이스 타입을 선택하고 착용할 때는 얼굴에 꽉 끼도록 해야 합니다. 또 장갑은 반드시 가죽으로 된 것으로 손목이 덮이도록 껴야 하고 장화는 무릎까지 오는 게 좋습니다.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착용은 기본입니다.”

이륜차동호회 회원들은 이들 안전장구 중 하나라도 빠뜨리면 오토바이를 탈 수 없다.

이씨는 “이 정도는 외국에 비하면 기초 장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기초 장비만 제대로 갖춰도 사고가 났을 때 중상은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씨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교통사고분석센터가 오토바이를 타다 숨진 977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79.8%가 뇌진탕 등 머리 부위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헬멧 조차 없이 오토바이를 모는 경우가 태반인 데다 헬멧을 쓰더라도 ‘교통경찰에 적발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쓰는 우리의 오토바이 운행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씨는 “헬멧 하나만이라도 좋은 제품을 제대로 썼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헬멧의 중요성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어린이용 안전의자에 대한 무관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소장 허억·許億)가 지난해 4월 말 6세 미만의 어린이를 태운 자가용 차량 216대를 조사한 결과 어린이용 안전의자를 장착한 차량은 2.7%(6대)에 불과했다.

대부분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뒷좌석(62.4%)이나 조수석(19.7%)에 어린이를 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고시 어린이가 ‘에어백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데도 어머니가 어린이를 안고 타는 경우도 15.2%나 됐다.

안전장구를 장착해 어린이를 태울 경우 사망사고의 90%, 부상사고의 75%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하지만 어린이용 안전장구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은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허소장은 “어른들이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어린이용 안전장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현재 도로교통법의 권장사항인 ‘6세 미만 어린이 보호장구 착용’ 조항을 하루빨리 강제조항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하정훈 "어른 안전벨트 아이에 치명적"▼

차를 탔을 때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는 건 바로 안전의자(카시트)다.

하지만 안전의자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부모가 많다. 아이에게 어른의 안전벨트는 치명적인 ‘무기’다. 안전벨트를 맨 아이는 사고시 차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고 장파열 등 큰 부상을 입거나 숨질 수도 있다.

안전의자를 사용하더라도 올바로 써야 효과가 있다. 어떤 부모는 조수석에 에어백이 설치된 것만 믿고 조수석에 안전의자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사고시 에어백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해 아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아이에게는 뒷좌석이 가장 안전하며 안전의자 역시 뒷자리에 장착해야 한다.

안전의자 등을 사용할 때는 아이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한다. 아이가 9kg이 안될 경우 뒤를 바라보게 안전의자를 설치하는 게 좋다.

18kg 미만의 아이에게는 안전의자, 18∼26 kg의 아이에겐 등받이가 없는 보조용 안전의자(일명 부스터)가 알맞다.

27kg 이상의 아이는 어른용 안전벨트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체중 36Kg 이하, 키 147cm 이하까지는 부스터를 사용하는 게 좋다.

안전의자의 사용은 습관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아이는 답답해 앉기를 싫어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차에 타면 무조건 안전의자에 앉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다소 과장되게 말한다면 안전의자는 산부인과에서 출산후 집에 갈 때부터 사용하는 게 좋다.

평소 안전의자에 잘 앉던 아이도 한번 엄마가 안아주면 다음부터는 계속 안아달라고 보챈다.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안전의자에 앉아야 차가 출발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줘야 한다.

안전의자의 사용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하정훈<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

▽특별취재팀〓이진녕(지방자치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지방자치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