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경제난 이후 중산층 가정 대부분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통신비 등 사교육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산층 이하 가정의 학생들은 인터넷, PC통신의 이용빈도가 크게 떨어지며 점차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제 위기와 함께 나타난 중산층 몰락과 더불어 인터넷 정보 등을 활용하던 다수의 ‘디지털 중산층’마저 무너지고 있다. 중산층의 정보 이용횟수가 뒤떨어지면서 이른바 정보화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보의 빈자(貧者)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진다’는 이른바 ‘지식 격차 가설’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IMF 허리띠조르기 통신비등 우선 줄여▼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문화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가정의 컴퓨터 보급률에 있어서 월소득 400만원 이상의 상위 소득 계층과 중산층(월수입 100만∼400만원미만)의 격차는 98년 23.4포인트에서 지난해 32.7포인트로 39.7%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취득하는 지표인 인터넷 보급률을 보면 상위 소득층과 중산층의 격차는 98년 12.4포인트에서 지난해 27.6포인트로 122.6%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산층은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35.8%)이라고 응답했으며 이중 15.7%는 △통신비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영어를 잘 못해서(7.9%)라는 대답도 있었다.
▼미래 생존환경 접근차단 심각한 사회문제 가능성▼
이같은 중산층의 ‘디지털 몰락’은 모든 산업이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단계에서 중산층이 부(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존에 필수적인 환경에 접근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교수는 “정보격차의 문제는 컴퓨터 보급이나 인터넷 접속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정보 격차 심화는 중산층을 앞으로 부의 분배에서 배제시킬 수 도 있는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 격차 해소는 단순히 인터넷PC를 보급하고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중산층이 통신비 등을 들이지 않고도 싼 값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등 장소를 제공하고 인터넷 비즈니스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감(感)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