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인간이 물 속에서 가장 빨리 헤엄친 기록은 94년 3월 러시아의 알렉산더 포포프가 쇼트코스(25m풀)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운 46초74. 롱코스(50m풀)는 역시 포포프가 보유한 48초21. 이는 시속으로 환산하면 8km가 채 안 된다.
그동안 ‘더 빨리 헤엄치기’ 위한 연구는 주로 수영복에 집중됐다.
1900년대의 수영복은 얼굴과 팔을 제외하고 모두 덮어 마치 잠수부와 같은 모습. 소재를 두꺼운 울로 만들어 물에 한번 들어가면 무려 9Kg까지 무게가 늘어났다.
그 후 수영복 소재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것은 나일론 수영복의 개발.
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미즈노사가 개발한 나일론 100% 수영복은 기록탄생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88서울올림픽에서는 실의 굵기가 종전의 3분의 1정도인 ‘잠자리 날개’같은 수영복이 나와 물과의 마찰계수를 최소화했다.
이어 비중이 0.91로 물보다 가벼운 소재인 폴리프로플렌으로 만든 수영복도 개발 됐다. 이 수영복은 아예 물을 한방울도 흡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98년 7월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영연방대회에서 우승한 폴 팔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마치 1900년대 수영복에 팔까지 덧붙여 전신을 뒤덮은 수영복을 남자가 입고 나온 것. 그러나 그가 독일 ‘아디다스’가 개발한 이 전신수영복을 입고 이 대회는 물론 99년 터키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전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자 관심이 집중됐다.
소재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수영복 형태는 가장 작게 만드는데만 신경을 쓰던 것에 일대 혁명적인 변화가 온 것.
현재 최고의 스프린터 마이클 클림(자유형 100m,접영 100m)과 수잔 오닐(자유형 200m,접영 200m) 등 세계 최정상의 호주선수들은 99년 범태평양대회에서 자국 메이커 ‘스피도’에서 개발한 ‘아쿠아블레이드’라는 또다른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와 금메달을 휩쓸어 전신수영복의 허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결과는 과학의 승리. 세계수영연맹(FINA)은 99년 10월 모든 국제대회에 전신수영복 착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전신수영복의 원리는 간단하다. 아디다스수영복의 경우 나일론 72%와 라이크 28%를 혼합한 뒤 가장 매끄러운 화학물로 알려진 테플론을 코팅한 특수원단을 썼다. 이 원단은 인간 피부보다도 물에 대한 저항이 적다는 것. 벗는 것보다 온몸을 덮을 때 오히려 저항이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영복이 전신을 죄어주어 근육 피로도를 줄이고 팔과 다리 뻗는 동작을 오히려 정확하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농구나 축구선수들이 부상방지 등을 위해 하는 ‘테이핑’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전신수영복을 착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물방울 닮은 물안경 비밀은 항공공학▼
기록단축을 위한 수영선수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10여년전부터 머리카락은 물론 체모를 몽땅 밀어버리는 것이 흔했다. 몸에 난 털 하나라도 없애 물의 저항을 줄여보고자 하는 ‘처절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용모에서 주는 혐오감 등으로 이같은 현상이 다소 줄어들면서 등장한 것이 수영모였다. 얼마전부터 머리를 바짝 죄면서도 고통을 주지 않도록 겉과 안을 탄성이 다른 고무로 만드는 등 신제품이 속속 개발돼 온 것. 여기에 이제는 물안경까지로 넘어왔다. 최근에 등장하는 물안경은 수영과 과학이 만나는 대표적인 것.
물속에서 물안경에 김이 서리지 않도록 하는 첨단 광학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최근엔 일반용 물안경도 이른바 ‘앤티-포그’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안경의 형태를 결정짓는데는 항공공학이 동원됐다. 물론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
거친 물이 와류를 형성하면 물안경이 그만큼 저항을 받게돼 이를 없애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저항을 가장 적게 받는 형태는 비행기 앞머리부분과 비슷한 ‘바람에 노출된 물방울이 만드는 모양’. 이에따라 요즘 물안경은 시야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물방울과 흡사하게 만들다보니 옆면들은 한결같이 계란처럼 둥글게 처리되고 있다.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플렉시블 실리콘이나 네오프렌 등 신소재들도 물안경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심지어 코 때문에 생기는 물의 와류를 줄여보고자 콧구멍을 죄어주는 노즈클립도 선보였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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