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동관/'法따라 진료' 병원-환자 모두 피해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안전하고 타당한 의료행위를 고른다. 헌법이 정한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진료하며 의료법에 따라 ‘불간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보험법은 의사의 불간섭권을 제한한다.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바에 따라서만 치료해야 되는 것이다.

최근 고등법원이 진료수가기준에 정해지지 않은 진료를 하고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은 것은 불법이라고 판시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이에 대한 환자의 문의로 병원들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고 가뜩이나 적자인 병원 경영에 큰 타격이 될 듯하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완전성을 보존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진료 당시 새 진료법이 있을 때 이를 이용해야 하며 어길 경우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고등법원에선 현 의료보험제도가 의학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임의비급여를 환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손해인가? 병원들은 환자의 요청이 있어도 신치료법을 기피할 것이고 환자가 신치료법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봉쇄된다. 의사는 새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할 것이다. 21세기는 의료관련 산업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재판부의 지적처럼 의료보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방법은 의료계 정부 국민이 한발짝씩 양보해 ‘윈-윈-윈’전략을 짜는 것이다. 의사들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신기술의 적용을 삼가고 정부는 합리적 보험수가를 정해주는 동시에 신기술에 대해 그때그때 보험적용을 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은 남보다 고급진료를 받으면 당연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상식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

조금씩 양보가 필요하다. 병원과 의사만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한동관 (연세대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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