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상을 훼손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연말 한 초등학교에서 단군상을 망치로 부수다 경찰에 붙잡힌 어느 목사는 “단군상 설치는 학생들이 임의로 선택해야 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학교에 단군상을 기증한 한문화운동연합은 스스로 종교단체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학교측은 단군상 건립을 받아들인데 대해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순수한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도 단군상을 종교적 우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설령 종교적 색채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를 멋대로 파손하는 일은 폭력과 과격을 배격해야 할 종교인으로서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며 ‘광신’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단군은 우리 민족정신의 최고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단군이 역사로서 고증되지 않은 신격화된 존재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민족은 대대로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민족의 뿌리로서 숭상해 오고 있다. 따라서 단군은 ‘종교’가 아닌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지, 우상숭배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단군상 건립 및 훼손사건을 둘러싸고 다른 입장을 취해 온 종교 및 사회단체들이 서로 갈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김광욱 천도교교령, 조정근 원불교 교정원장 등 불교와 민족종교계 인사들을 대표로 하는 민족정기선양협의회가 최근 결성되어 단군상 훼손행위의 중단과 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부터 단군상 건립에 반대 입장을 취해온 일부 기독교단체들은 아직 반대 운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는 인류에게 ‘종교간 화해’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인류는 지난 1000년간 종교 갈등과 이로 인한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새천년은 이같은 비극적 과거를 청산하고 모든 종교가 서로를 인정하는 공존의 지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단군상 훼손사건은 이런 화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으로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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