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인 헤로도투스에 따르면 포경수술은 이집트에서 10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관습이었다. 목적은 음경의 청결 유지. 이집트로부터 이 관습을 받아들인 민족은 유대인이다. 유대교에서는 생후 8일째 되는 날 포경수술을 시행한다.
이 의식을 할례라 한다. 할례는 구약성서에서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후손 사이에 맺은 계약의 증표로 묘사된다(창세기 17장 9∼14절). 아브라함은 99세에 할례를 받는다. 이슬람 교도들과 아프리카 몇몇 부족은 사춘기에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포경수술을 한다.
종교적 또는 문화적 관습에 불과했던 포경수술이 의료시술로 바뀐 시기는 19세기 후반이다. 의사들이 간질이나 천식 따위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포경수술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수음 행위를 막는 수단으로 포피 절단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수음은 온갖 질병의 빌미가 되는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간주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전쟁터에서 음경에 생긴 염증으로 고통받는 병사들에게 포경수술을 실시했다.
미국에서 포경수술이 정식 의료행위로 허가를 받은 때는 1949년. 포경수술을 받은 남자가 성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논문이 발표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에 영국에서는 포경수술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이 발표되어 정부의 보건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포경수술이 관례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는 까닭은 질병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권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음경암이나 요로감염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기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음경암이 희귀한 질병이며, 포경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요로감염에 걸릴 확률에 별로 차이가 없고 성병 역시 포경수술보다 콘돔이 훨씬 확실한 예방수단이라고 반박한다. 게다가 포경상태가 배우자의 자궁암 발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대론자들은 한 걸음 나아가 성적으로 예민한 조직을 아이의 동의 없이 잘라내는 처사는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포피의 제거가 어른이 된 뒤 평생 동안 남자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1999년 3월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신생아의 포경수술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포경수술을 권고할 만큼 의학적 이득이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포경수술 여부에 대한 판단은 부모의 몫으로 넘겨진 셈이다. 현명한 부모라면 아들이 성장해 스스로 비뇨기과를 찾아가 상담하도록 내버려두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는지.
우리나라는 포경수술의 황금시장이다. 한국의 40대 미만 남자 중에서 8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았을 정도이다.
포경수술이 관례화된 미국 신생아의 포경수술 비율이 60%이고 보면 실로 경이적인 보급률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20% 미만이며, 이슬람 교도와 유대교 신자를 제외하면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측정된다. 유럽에서 영국은 6%, 덴마크는 2% 수준이다.
한국이 어처구니없게 포경수술의 세계 최고 기록을 수립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국 문화를 맹목적으로 흉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요즈음 세계적 보급 속도를 자랑하는 휴대전화 열기가 보여주듯이 너도나도 한 가지 유행에 눈사태처럼 쏠리는 사회풍조가 얼마간 작용했을 테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포경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물론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간첩을 확인하는 방법의 하나가 포경 상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그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도 아직?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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