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플레잉코치 상한가…허재등 노장 대활약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플레잉코치’.

신분은 지도자지만 직접 유니폼을 입고 후배선수들과 함께 코트에서 땀을 흘린다.

프로농구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는 ‘선수 겸 코치’는 모두 4명. 현역 최고참 김유택(37·기아 엔터프라이즈)과 ‘농구천재’ 허재(35·나래 엑써스), 유도훈(33·현대 다이냇)의 ‘3인방’에 최근 SBS 스타즈가 이상범(31)을 플레잉코치에 임명했다. 하지만 플레잉코치는 사실 달갑지 않은 자리.

한 플레잉코치는 “사실 빛 좋은 개살구 아닙니까. 정식 코치로 임명하긴 싫으니 구단에서 억지로 만든 것이지요. 벤치에 앉아있기도 쑥스럽고…”라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이들의 존재가치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노련미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장 먼저 보여준 플레잉코치는 ‘황새’ 김유택. 그는 시즌초반 경기운영이 미숙해 연이어 5반칙 퇴장 당하는 용병센터 토시로 저머니를 대신해 코트에 들어가 제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허재는 다른 플레잉코치들과 달리 아직도 20대 체력을 자랑하며 팀의 주력으로 뛰고 있다.

19일 현대전에서 경기초반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경기종료 때까지 이를 악물고 뛰어 후배들에게 정신력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다.

전체 5라운드 중 4라운드에 들어가 종반전을 치닫는 요즘엔 ‘코트의 여우’ 유도훈이 펄펄 날고 있다.

올시즌 플레잉코치가 된 유도훈은 단신(1m73)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두뇌회전과 타고난 성실성으로 장신들이 판치는 프로농구에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신선우감독이 “주어진 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는 사람이 바로 유도훈”이라고 극찬을 할 정도.

유도훈은 팀에서 ‘코트의 사령관’격인 이상민이 부상으로 결장하자 대역으로 나서 3연승을 이끌어 오히려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17일 플레잉코치에 임명된 이상범은 이전까지 주장을 맡아 팀 결속력을 높여 SBS를 강팀에 강한, 정신력이 탁월한 팀으로 만들었다.이들은 허재(18.1득점)를 제외하고 모두 경기당 평균득점이 3점이하. 하지만 꼭 필요할 때 문제점을 해소시켜주는 탁월한 해결사들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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