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떡장수 아주머니가 떡 팔고 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났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민담에는 각 민족의 꿈과 한, 지혜와 욕망이 고루 담겨 있다.
이 책은 민담 가운데서도 부모 자식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모은 시리즈.
글을 쓴 조세핀 이베츠 세커는 단지 재미만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모으지 않았다. 심리분석학자이며 캐나다 캘거리대 영문학 교수로도 재직했던 세커는 민담의 부모 자식 관계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인간 심리의 원형을 살핀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세계 가족동화’라는 부제 그대로 아이들은 다른 민족의 문화를 접하는 계기로, 심리학에 관심있는 어른들은 교양심리학 책으로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르게 읽을 수 있다.
각 권에 10편씩 실린 민담들은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땅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 만큼이나 서로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상징들의 반복도 발견할 수 있다. ‘엄마와 아들’ 편에서 두드러지는 설정은 홀어머니와 외아들.
네팔 이야기 ‘행운의 여신’에는 가난한 모자가 등장한다. 신에게 간청해 선물을 얻은 아들은 번번히 운 나쁘게 선물을 잃어버리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고 신에게 매달려 결국 부자가 된다.
어머니의 가난함(결핍)이 아들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믿음을 읽을 수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이야기 ‘소년과 씨 꼬투리 카누’에는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소년 타우티니가 등장한다.
타우티니가 아버지를 찾아 항해하기 위해 만든 배가 마오리족 최초의 카누라는 전설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 저자 세커는 이런 관계 설정에 대해 어머니가 생명의 원천이며 마지막 쉼터이지만 ‘아버지’로 대변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김라합, 박성식 옮김 각권 98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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