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애플 캠페인/설명없이 비주얼로 승부

  • 입력 2000년 1월 25일 18시 31분


단순한 것이 힘이 있다. 그리고 아름답다. 한 장의 빛바랜 사진만으로도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충분하다.

애플의 ‘생각 달리하기(Think Different)’ 캠페인은 카피 한 줄 없이 오직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파는지,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에 나오는 사진의 주인공이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첫번째 사진. 팝스타 존 레논이 부인 오노 요코와 나란히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둘 다 잠옷 바람으로 손에 꽃을 들고 있는 모습. 뒷편 벽에는 낙서인지 그림인지 모를 종이가 붙어 있다. 보면 볼수록 더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이다. 설명 한 줄 없는 흑백 사진이지만 이들이 보통 사람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았음이 금새 느껴진다.

어린 침팬지가 여성의 상의를 들추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두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덜. 그녀는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캠브리지대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평생을 영장류인 침팬지와 비비를 연구하는 데 바쳤다.

애플의 시리즈에는 이들 외에도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알버트 아인시타인 등이 등장했다. 모두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다. 어떻게 해야 이들처럼 살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생각 달리하기’. 보통 사람과 다른 삶에 대한 태도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캠페인의 의도가 드러난다.

과연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일까.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려서 판매를 늘리는 것. 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공과 광고의 작품성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하나 못 건지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맥 아이북 등 잇따른 히트작으로 최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의 광고는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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