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닥터의 건강학]척추질환 분야 김영수교수

  • 입력 2000년 1월 25일 18시 31분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영수교수(58)의 아내 사랑은 각별하다.

부인은 88서울올림픽 행사 때 안무를 맡았던 세종대 무용학과 최청자교수(55).

김교수는 매주 100여명의 외래환자를 돌보고 15∼20명을 수술하며 국제체열의학회장 한일척추학회장 대한신경외과회장 등을 맡고 있는데다 매년 7,8회 외국 강연을 갖는 등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부인이 해마다 서너번씩 갖는 공연 때는 50∼60명의 동료의사를 데리고 구경간다. 일종의 관객 ‘동원’인 셈.

그는 또 외국학회에 갈 때마다 최신 음반을 사온다. 현대무용 전공인 부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교수 부부는 성격이 적극적인 면에서 비슷하고 늘 서로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주위에선 김교수가 환자들에게도 부인과 마찬가지로 대한다고 말한다.

◇스마일 닥터 별명얻어◇

신촌세브란스병원 윤도흠교수는 “김교수는 후배교수들에게 ‘마지막 환자를 첫 환자 보듯 대하라’고 가르친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늘 웃는 모습으로 대하기 때문에 ‘스마일 닥터’란 별명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 대한 이런 정성 덕분에 외래 1년, 수술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환자가 밀려들고 있다는 풀이다.

물론 매번의 수술이 완벽하게 끝날 수는 없고 더러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김교수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도 ‘다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치료하다 보면 진짜 잘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뒤늦게 시작해도 톱이 된다▼

그는 척추 마디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삐져나와 신경을 건드리는 디스크 질환의 치료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74년 국내 최초로 현미경을 이용한 디스크 수술을 시작한 김교수는 미국의 첨단치료법을 재빨리 배워 미국보다 앞서나갔다.

8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 주사바늘을 찔러 ‘카이모파파인’이란 효소로 디스크를 녹이는 치료법을 승인하자 곧바로 미국 오하이오로 가서 그 분야의 1인자였던 맥 칼라교수에게 치료법을 배워왔다.

◇디스크 치료 세계적 명성◇

94년엔 국제디스크내치료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으며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고 △다리를 쭉 뻗쳐올리지 못하며 △컴퓨터단층촬영(CT) 때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볼록 튀어나온 게 보일 경우 이 치료법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의 의사들은 이 세 가지, 즉 ‘김영수의 3대 적응점’(Kim’s Triad)을 환자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는 93년에도 미국에 갔다. 미네소타의 찰스 레이박사가 퇴행성 디스크환자의 척추 마디 에 티타늄 인조링을 집어넣어 치료한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다. 김교수는 이듬해 이 재료를 이용, 간편한 수술법을 개발해서 영국의 노팅햄의대, 독일의 베를린의대, 프랑스의 아미앙병원 등에서 선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술시범을 보였다. 소문이 나자 매년 20∼30명의 외국의사가 김교수를 스승으로 삼겠다며 몰려왔다. 레이박사는 최근 말랑말랑한 인조디스크를 개발했고 김교수는 이것을 척추 마디에서 안빠지게 고정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김교수는 이에 앞서 90년 ‘컴퓨터 적외선 전신체열촬영기’(DITI)를 통해 환자의 통증 부위 온도변화를 보며 진료하는 ‘체열의학’을 도입, 한방 수지침 등의 진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맨손체조와 걷기는 보약▼

김교수는 “회진 때 많이 걷는 것이 운동이 되고 특히 수술 때 칼로리가 많이 소비된다”고 말한다. 수술이 적은 주엔 1㎏ 정도가 불었다가 수술이 많으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간다.

아침엔 오전6시 TV뉴스를 보면서 잠을 깨고 학교에서 배웠던 보건체조를 두 번 되풀이한다.

◇평소 운동해야 '허리병' 예방◇

“5분 정도 보건체조를 하는 것도 허리를 튼튼하고 유연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등배운동과 허리 복근운동 등을 틈나는대로 하면 디스크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죠.”

평소 조금이라도 운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디스크에 걸릴 확률은 크게 다르며 운동을 전혀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다가 디스크에 걸리기 십상이라는 설명.

디스크환자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중 어느 곳을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교수는 “과에 상관없이 환자를 성심껏 보는 데로 가는 것이 좋다”면서 “선진국에선 두 과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며 ‘척추외과’를 별도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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