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에서 특검제 이야기만 나오면 열을 올리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일선 검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번 불참은 앞뒤가 맞지 않다. 특검제 도입 당시 열세가지 이유를 들며 반대했던 검찰의 속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토론장을 찾은 시민들도 검찰이 빠진 ‘반쪽 짜리 토론회’에 대해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검찰의 불참사유는 이렇다. 검찰측은 변협의 참석 요청에 대해 “특검제를 찬성하는 토론자와 반대하는 토론자를 반반으로 구성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변협은 평소 특검제를 반대해 온 한 검찰출신 변호사를 초빙하기까지 하며 검찰을 배려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이 변호사가 “과거의 소신과는 별개로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다”며 내심을 미리 밝히자 불참으로 입장을 바꾸고 말았다.
두 특검의 활동이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해프닝’이 되기를 바라는 검찰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특검제 실시로 검찰은 한동안 곤혹을 치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특검의 활동으로 국민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됐고 그 결과에 박수를 보냈다. 검찰조직도 바닥부터 변하고 있다. 일부 젊은 검사들은 “내가 만든 수사기록을 언젠가는 특검이 들춰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할 정도다.
검찰은 특검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들을 흠집 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특검이 필요 없는 좋은 검찰’을 만드는 데 있다는 충고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신석호<사회부>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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