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약, 더 늦기 전에 대책을

  • 입력 2000년 1월 27일 18시 30분


비교적 마약안전지대로 통하던 우리나라도 위험수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약’ 하면 일부 부유층 자녀나 유흥업소 종사자, 연예인 등 특정직업을 떠올리던 통념이 이제 깨지는 단계에 온 것 같다. 2, 3년 전부터는 회사원이나 가정주부 택시운전사 등 다양한 계층으로 마약사범이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어물어물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전될 수 있다. 늦기 전에 국가 차원의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대검찰청 마약과의 집계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단속된 마약사범이 최초로 총 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98년에 비해 26.8%, 5년 전인 94년에 비해서는 무려 132.5%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마약범죄계수(10만명당 단속된 인원)가 처음으로 20을 넘어서 23으로 나타났다. 종전에는 10대에 머물러 마약퇴치에 성공한 나라로 불렸다. 아직 미국(420) 태국(222) 영국(161) 말레이시아(66)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지만 증가추세로 볼 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마약 확산 조짐은 여러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마약 계층’으로 대두된 회사원 운전사 가정주부의 경우 단속된 인원이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에 마약을 밀수출하는 나라도 중국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에서 브라질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신종 마약 전시장’이 된 것처럼 없는 마약이 없을 정도다. 특히 폭력조직들이 마약 밀조와 밀매에 손을 대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다. 그 싹을 초기에 자르지 않을 경우 이를 제압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IMF관리체제 이후에는 실직자들이 현실도피 수단으로 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심지어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에서까지 마약 밀거래가 가끔 적발되는 것을 보면 ‘마약의 생명력’은 대단히 끈질기다. 중고교생 1000명 가운데 2명이 히로뽕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지난해 교육부의 조사결과는 마약이 이미 청소년층에까지 파고들었음을 나타낸다. 마약은 한 개인을 폐인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환각상태에서 살인 등 2차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마약사범은 예방 및 단속과 함께 치료를 통해 정상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형사처벌 위주의 대처로는 마약을 뿌리뽑기 어렵다. 전국에 20여개의 마약사범 보호치료시설이 지정돼 있으나 이용실적은 저조하기 짝이 없다. 보다 철저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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