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이렇듯 청와대와 민주당측의 ‘음모’를 확신하고 있다면 공동여당의 결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차라리 제각각의 길을 가는 것이 두 당은 물론 국민에게도 나을지 모른다. 서로 불신하는 가운데 정파간 불화와 갈등으로 국가적 손실만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자민련은 우선 ‘음모’의 증거를 밝혀야 한다. 말로는 증거가 있다고 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공작정치’를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음모론’을 앞세워 으름장만 놓는다면 ‘헌정질서 파괴’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본란을 통해 거듭 밝혔듯이 우리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음모론’이 진위 여부를 떠나 특정지역의 지역감정을 악화시키고 특정 정파가 그것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는다면 시민단체 운동은 참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셈이다.
그런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공동여당간 갈등의 산물 정도로만 볼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동여당 유지와 시민단체 끌어안기란 ‘어정쩡한 이중 플레이’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김대중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내용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민련의 반발만 거세게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수많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까지 선거운동에 본격 나선다고 한다. 어디는 괜찮고 어디는 안된다고 하기도 어렵게 됐다. 또 다양한 의견이 제대로 수렴될 수만 있다면 막을 일도 아니다. 그러나 공익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무차별적인 낙천 낙선운동의 난립은 모처럼의 ‘정치개혁 시민운동’의 참된 취지를 흐리게 하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여기에 각 정치세력의 이해가 끼어들고 지역감정 등이 뒤엉킨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혼돈’을 낳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우려하고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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