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본측의 반대는 완강하다. 17일부터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지명(地名)전문가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된 IHO 보고서가 일본측의 로비로 이틀만에 수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IHO는 이 전문가회의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를 두고 일본해니 동해니 하며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그같은 논란수역은 논란이 되는 이름을 같이 사용토록 권장하는 것이 추세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19일 다시 배포된 IHO 보고서에는 ‘동시에 같이 사용토록 권장하는 추세’라는 말이 빠진 대신 “가까운 장래에 이 문제를 IHO회원국들에 제기하겠다”는 소극적인 표현만 들어갔다.
▷일본측은 IHO의 첫 보고서가 나온 이후 이틀동안 모나코에 있는 IHO 본부는 물론이고 유엔의 IHO파견관과도 4차례나 접촉을 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뒷얘기였다. 치열한 로비작전을 편 것이다. 19일 전문가회의에서도 일본측대표는 이 명칭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규정하고 IHO가 간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IHO대표가 “명칭을 정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우리의 임무”라고 반박하자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했다.
▷어떻든 동해 명칭 부활에 대한 논란은 일본측이 아무리 피해가려 해도 이제 어쩔 수 없는 국제 문제가 됐다. 2002년에 열리는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는 동해 표기문제가 공식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IHO는 내년쯤 나올 예정인 ‘해양과 경계’4판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미국의 일부 지도회사들은 이미 병기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일본측의 ‘로비’다. 그 ‘위력’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우리의 외교력 강화뿐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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