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권희/인터넷이 세상을 다 바꿔

  • 입력 2000년 1월 27일 18시 30분


인터넷 세상은 매일같이 확확 넓어진다. 하루라도 그런 소식이 없는 날이 없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국제전화까지 하게 하는 새롬기술의 서비스 ‘다이얼 패드’도 그중 하나다. 외국으로 통화라도 한 번 하고 나면 “국제전화를 했는데…”라며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공짜로 된다니 놀랍기만 하다. 옛날로 거슬러 갈 필요도 없다. 국제전화 요금 할인광고를 TV에서 싫증나게 본 것이 바로 작년이었다. 새롬의 서비스는 공짜라서 그런지 5일부터 접수한 회원수가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외에 유럽지역까지 무료통화가 가능해지면 가입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재미있는 일은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이 회사가 정부의 인가나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 점. 옛날 같으면 무자격회사가 통신사업을 했다고 야단났을 테지만 이번엔 아무 일도 없었다. 정보통신부는 꼬치꼬치 따져본 뒤 이 서비스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별정2호 사업자등록만 하면 된다는 거였다. 등록요건은 자본금 3억원, 기술인력 1명뿐.

새롬기술의 케이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남궁석 정통부 장관이 한 말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예고편이다.

“종전엔 없던 새 서비스가 앞으로 수없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꼬투리를 잡아 규제하지 않고 최대한 허용하겠다.”

남궁장관의 말에는 ‘인터넷 시대엔 정부나 법의 개념과 역할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의 권한이 전혀 새로운 인터넷 룰에 따라 달라져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정부의 태도 변화는 관련 업계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정부가 ‘법규에 없다’는 이유로 인허가를 미루거나 아예 허용하지 않은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도 각 부처를 찾는 기업인, 특히 벤처기업가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이 바로 그 대목이라고 정부 스스로 진단하고 있을 정도다. 잘만 된다면 민간업계의 커다란 불만요소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

또 이번에 정통부가 이례적으로 빨리 일을 처리해 업계에서 환영한다는 말도 들린다. 정부의 일 처리가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진 않아도 업계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면 다행이니까.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요금을 할인하는 정도가 아니다. 회원을 많이 확보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로 더 많이 끌어들이려는 경쟁은 점점 뜨거워진다. 인터넷에서 광고를 봐주는 대가로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짜가 아니라면 그건 비싼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앞으로 이 말이 적용될 분야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아직까지는 공짜가 귀하니까.

인터넷 세상에서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험실에서 어떤 새 기술이 공개될까. 누가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까. 변화속도는 누구도 모른다. 현실은 늘 상상보다 더 빨리 변했고 전문가들의 예측은 늘 빗나갔다. 새 기술, 새 비즈니스를 누리면서 깜짝깜짝 놀라보는 것도 인터넷 세상을 사는 큰 재미다.

홍권희<경제부 차장>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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