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과학기술청 홈페이지에는 ‘일본은 참담한 패배자’라는 영문 문장이 실렸고 미국 성인잡지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설치됐다. 25일에는 총무청 홈페이지에 해커가 들어가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한 일본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난하고 총무청 통계데이터를 삭제했다. 한 대학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인사원 컴퓨터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사건도 일어났다.
해킹 피해는 26일에도 이어졌다. 경제기획청 산하 연구기관 홈페이지에는 ‘일본은 썩은 동물’이라는 영어문장과 함께 미국 성인잡지 홈페이지 화면이 떴다. 마이니치신문도 해커 침입을 받아 접속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틀 전 해커 침입을 받았던 과기청도 다시 공격을 받았다.
일본사회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일본정부가 ‘전자정부’ 실현 등 정보화정책을 본격추진하기 시작한 때여서 파문은 더욱 컸다. 많은 신문이 ‘정보화 사회의 사생아’인 해킹사건을 27일 몇 개 면에 걸쳐 집중 보도한 것이 충격의 크기를 말해준다. 일본정부는 26일 정보안전 관련부처 국장회의를 긴급 개최, 당초 연말로 예정된 해킹방지 특별행동계획을 앞당겨 확정키로 했다. 기업 금융기관 언론기관 연구소 등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비에도 불구하고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관방장관은 “아무리 대책을 마련해도 불법해킹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후생성 당국자는 “완벽한 안전은 없다. 해커로부터 겨냥을 받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본의 해킹 피해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도 관심을 갖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권순활기자=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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