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0의 공간, 시간의 연못展'/음악과 함께 '혼돈'속으로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미술작품이 공간속에 놓여지면 주변의 인간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작품이 놓여지는 위치와 전시형태 등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변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방식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2월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는 ‘0의 공간, 시간의 연못’은 관객과 작품이 접촉하는 방식에 신경을 쓴 전시회다.

미술가 김태곤과 작곡가 문성준이 함께 준비했다. 김태곤은 칠흑같이 어두운 전시장내부에 레이저광선이 이리 저리 달리는 듯한 형상을 표현했다. 색색의 형광재료로 염색된 가느다란 실이 팽팽하게 가로 세로로 연결돼 있다. 관객들은 전시장 내부를 촘촘히 나누고 있는 실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다니면서 관람한다. 작품과 관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속을 헤집고 다니도록 함으로써 좀더 직접적인 느낌을 갖도록 했다.

관객들은 어둠속을 헤치고 다니면서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 6대를 통해 울려나오는 사운드를 듣게 된다. 문성준씨가 작곡한 디지털음악이 각 스피커에서 시차를 두고 울려퍼진다. 무겁고 장중한 혹은 경쾌한 느낌을 담은 음악이다. 시각이미지와 음악이 한 공간안에서 관객을 둘러싼다.

관객은 기획자들이 꾸며놓은 환경속에 들어갔다 나오며 작품을 체험하게 된다. 이 전시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형태뿐만 아니라 이들이 꾸며놓은 어두운 공간과 소리까지 포함한다.

김씨는 “‘0의 공간, 시간의 연못’은 시간과 역사가 생기기 이전, 태초에 모든 것이 한데 뒤엉켜있는 우주 만물의 근원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서 미래로, 진보와 발전만을 추구하는 직선적인 역사의식에서 벗어나 보자는 취지를 담은 전시다.

그러나 전시자체에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전시는 이같은 개념을 강조하기보다는 작품과 관객의 밀착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관객을 작품속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작품과 관객사이의 거리를 없애 버렸다. 관객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시간을 오후1시부터 8시까지로 조정했다. 설연휴에도 전시한다. 02-760-460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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