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상장법인 272개사의 97 회계연도 및 99 회계연도 결산실적(99년은 추정치)과 97년말 이후 지난 27일 현재 주가를 비교한 결과,재무내용은 훨씬 개선됐는데도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14개사에 달했다.
반면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전기 데이콤 등 이른바 실적이 뒷받침된 성장주들은 지수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대조를 이뤘다.
▼현대종합상사 '반토막' 불과▼
▽IMF때보다 주가가 밑돌거나 소폭 상승한 종목들〓조사 결과,한독약품 현대종합상사는 27일 현재 주가가 97년말에 비해 50% 이상 폭락했으며 인천제철 서울도시가스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20% 이상 떨어졌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작년말 현재 부채비율은 97년말에 비해 218%포인트 가량 하락한 176%에 불과하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50%,138%가량 증가했다. 그런데도 27일 현재 주가는 97년말 주가(8500원)의 절반수준인 4250원.
한편 남해화학도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약 1500%에 이르지만 주가상승률은 고작 3%에 그쳤다.
이렇듯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된 가운데 주가는 97년말보다 올랐지만 상승폭이 종합지수 상승률(141.6%)을 밑도는 종목은 52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들이 몰라준다" 불만▼
▽‘우리 회사는 저평가됐다’〓IMF 당시보다 주가가 형편없이 떨어진 회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던지는 불만중의 하나가 “우리 회사는 저평가됐다. 투자자들이 몰라줘도 너무 몰라준다”는 것.
주가가 ”반토막난 회사를 탐방한 적이 있는 A펀드매니저의 견해는 달랐다. “개선된 기업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한 원인은 분명히 있었다. 예컨대 세상은 디지털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도,과거의 수익모델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데 소홀히 한 경우라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대종합상사와 삼성물산이 대표적인 비교잣대가 될 수 있다고 A펀드매니저는 말한다.
두 회사는 매년 결산기때 매출액 순위 1,2위를 다투는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이지만 주가는 27일 현재 삼성물산이 1만7450원으로 현대종합상사(4250원)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삼성물산의 경우 쇼핑몰 전자상거래 인터넷벤처투자 등 이른바 21세기형 산업인 인터넷분야로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인터넷 기업이라는 인상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준 반면 현대종합상사는 달라진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형 테마 외면 탓" 분석도▼
▽달라지지 않으면 주가도 오르지 않는다〓이른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은 IMF 이후 주식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작년말 이후 인터넷 정보통신 등 성장형 테마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같은 차별화 양상은 더욱 심해졌다.
증권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굴뚝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등 디지털분야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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