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일고 있는 이같은 바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서울지하철노조 하면 민주노총의 핵심세력으로서 아예 파업을 전제해 놓고 협상에 나서거나 시민의 발을 볼모로 ‘그들만의 권익’ 향상을 위해 투쟁해 왔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민노총의 또 다른 중추세력인 한국통신노조나 현대자동차노조 등도 한때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강성노조들의 이같은 변화 움직임은 새로운 노사문화의 정착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현장의 이런 움직임이 ‘제3의 노총’ 설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대안세력으로서 제3노총의 대두 여부가 아니다. 물론 복수노조의 설립이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새로운 노동조직의 형성이 결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우리의 노사관계가 지금까지의 대립과 갈등에서 참여와 협력의 관계로 바뀔 수 있느냐 하는 노동운동방식의 개혁이 더욱 중요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지금 우리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화와 지식기반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사회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특징으로 하고 있고 아울러 지식과 정보가 새로운 생산요소로 등장하면서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의 구분이 없어져 가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나라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 그런 시대를 맞이했다. 그런데도 우리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산업사회의 대립적 구도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안된다.
노사정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노조만이 아니라 재계와 정부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주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관행의 정착일 것이다. 서울지하철의 ‘파업 없는 지하철’ 선언이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의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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