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의 명단이 발표되던 25일 동아는 명단을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신중하게 밝히며 A4면 전면에 걸쳐 공천반대 대상 인사 66명에 대한 선정사유와 본인해명을 동시에 게재하는 균형감각을 보였다. 이 때만 해도 음모론을 조그맣게 보도는 했으나 시민단체의 편에 서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을 보이며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음모론 관련기사는 그 이후 점점 비중이 커지더니 28일자에 이르러서는 A1면과 A3면에 대문짝 만하게 자민련의 결의대회를 보도하며 공동정권의 앞날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사안이 이쯤에 이르다 보니 정치개혁이라는 본질은 실종되고 이제 국민은 음모론을 둘러싼 이 소모적 공방이 나라의 장래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신문은 양측의 시비를 다루면서 국민의 반응도 심도 있게 다루어 사안을 본질로 되돌려 놓는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다.
경제면이 풍부해진 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구성면에서 증시관련 기사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지적을 하고 싶다. 물론 주식투자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아직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주식관련 정보는 활황장에서는 개미군단을 자극해 투자로 유인하고 폭락장에서는 정보제공자를 원망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의 코스닥이 좋은 예다. 증시정보의 풍부함에 비추어 25일자에 실린 한국은행총재의 올해 통화신용정책 관련기사는 B3면 하단이라는 위치에서 보듯 소홀하게 다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26일자의 무역수지적자 가능성 기사도 그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사실보도에만 그친 것은 매우 아쉬웠다. 외환위기 이후 무역수지의 중요성과 국민 소비생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설이나 칼럼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신문의 균형보도는 사회를 지킨다. 불편부당과 시시비비의 동아정신은 균형감각 위에 더 빛날 것이다.
예종석(한양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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