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연설을 통해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의장은 21세기 인류는 미국경제의 호황, 아시아와 유럽경제의 빠른 회복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미해결과제인 전쟁, 기아, 부의 불균형, 부패, 핵무기, 공해라는 공동 과제를 안고 있으며 새로운 해결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가장 주목할 만한 두 가지 혁명인 인터넷 혁명과 유전자 혁명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으로 귀결돼야 하며 급속한 세계화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도덕과 윤리기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연설은 이번 회의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세계의 공동번영을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이념이 필수적이며 세계 각국의 자유화 개방화 노력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지구촌 환경문제와 관련해 인류의 공동노력과 더불어 다국적 기업들의 환경친화적 경영전략 도입의 필요성을, 부의 불균형 해소와 관련해 선진국 보유 지식의 세계적 확산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인간적 가치를 도외시한 유전공학기술의 발달은 자칫 인류 전체에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경제설명회를 개최해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과 정부의 개혁정책 성과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각국 정부 및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한국을 위기 극복의 성공사례로 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는 크게 제고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급속한 정보기술 발달과 인터넷의 보편화였다. 회의 기간 중 다보스의 모든 회의장과 호텔은 이른바 ‘kiosks’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참가자들은 언제든지 원하는 회의 또는 다른 참가자들과 접촉해 실시간으로 토론할 수 있어 정보통신의 발달을 실감했다. 또한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도 회의내용을 동화상으로 곧바로 전송하는 등 다보스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각축장이 됐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가 예년과는 달리 다보스회의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의 자신감 회복을 나타내는 모습 같기도 하고 앞으로 21세기를 주도하겠다는 결의 같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러한 회의에 한국의 참석자 수가 매우 적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e비즈니스 관련 주제발표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으나 한국의 벤처기업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자칫 한국 기업인들이 세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회의장 바깥의 비정부기구(NGO)들의 소란과 다보스회의에 대한 어느 때보다 높은 비판도 있었지만 세계적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통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다보스 정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다보스포럼을 통해 필자는 우리가 정책 결정자이든 기업 경영자이든 심지어 개인이든간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생존논리를 새삼 깨달았다.
세계적 리더들의 알프스 백설처럼 반짝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체험하면서 앞으로는 보다 많은 한국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병두<전경련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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