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인터넷시대 '날리는' 직업들은 무엇?

  • 입력 2000년 2월 3일 17시 46분


신문에 실린 시사만화 한 토막. 직장 동료 두 명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A: "옛날에는 시도 때도 없이 쪼아대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요즘은 같은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B: (한숨을 쉬며) "맞아. 너도 나도 억대 연봉 받는다, 스톡옵션 받는다며 벤처기업들로 떠나고 있으니…"

요즘 어떤 직업이 뜨는가.

'IT'(Information Technology).

그 단어 하나에 요즘 사회의 한 단면이 마치 거울처럼 극명하게 담겨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식 용어로 표현한다면 '핫'(Hot)하고 '쿨'(Cool) 한 단어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화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최근 노동부가 추천한 장래의 유망 직업 목록에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노동부는 특히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산관리 전문가, 웹디자이너, 정보검색원, 전자상거래 운영자 등을 대표 직종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정도를 '미래형' 직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 '지금' 각광받는 직업에 더 가깝다. 사회 흐름에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직업들이기도 하다. 오히려 관심사는 1년, 혹은 2년 뒤의 '미래형' 직업이다. 2002년, 혹은 2005년에 두각을 나타낼 직업은 무엇일까?

▼저작권 보호 담당관(Copyright Protection Officer)▼

학생들이 논문을 쓰거나 시를 낭송할 때, 또는 어린이가 상표 등록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혹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닐까? 지적 재산권이 허용하는 '공정한 사용'의 범위를 넘은 것은 아닐까? '저작권 보호 담당관'은 각급 학교를 돌며 - 혹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 이러한 내용을 점검하게 된다. 모든 디지털 정보의 완전한 공유를 주장하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도 만만찮은 세력을 얻고 있지만, 역시 대세는 양질의 정보를 개발·축적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며, 따라서 저작권은 잘 보호돼야 한다는 쪽이다.

▼내장(內臟)광고 매니저(Embedded Advertising Manager)▼

'Embedded'는 내장했다는, 다시 말해 안에 간직했다는 뜻이다. 냉장고나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같은 가전제품에 들어있는 내장 칩을 영어로는 'Embedded Chip'이라고 부른다.

내장광고 매니저는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편집 도구를 이용해 특정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광고를 개발하고, 관리하고, 주목도 높은 곳에 설치하는 일을 한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이용, 영화나 TV쇼 같은 데 적절히 광고를 배치하는 일-이를테면 드라마나 영화 속의 배우들이 특정 책이나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 토론하도록 유도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전자 이미지 컨설턴트(Electronic Image Consultant)▼

비디오컨퍼런스나 이메일, 홈페이지 등 전자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 자신을 홍보하려는 정치 지망생이 있다면 전자 이미지 컨설턴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업무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각 고객의 독창적이고 긍정적이며 친숙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사운드, 이미지, 이메일, 웹페이지 등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된다.

▼데이터 개작자(改作者·Data Obfuscator)▼

'오퍼스케이트'(Obfuscate)는 '(마음을) 어둡게 하다', '(판단 등을) 흐리게 하다'라는 뜻. 따라서 데이터 오퍼스케이터는 데이터를 조작·변조하거나 개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다소 범죄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데, 이들의 실제 작업 스타일도 그와 비슷하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며 개인 및 기업의 전자적 이력이나 사사(社史)를 개작해 새 일자리를 얻거나 대부(貸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데이터를 개작·변조하기도 한다. 당연히 뛰어난 해킹 지식이 필요하다.

▼사이버 심부름꾼(Human Virtual Servant)▼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전망은 분홍빛이고 그에 대한 기대값도 높지만, 진정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사람이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용해 직접 심부름해주는 '사이버 심부름꾼'이 필요한 이유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MIT 미디어랩 소장)는 2002년 출간 예정인 새 저서 '아날로그다'(Being Analog)에서 "앞으로 20년 동안은 인터넷을 이용한 '사람 심부름꾼'이 전통적인(?)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시간 전기작가(Real-time Biographer)▼

이들은 동전을 넣으면 커피나 유자차를 뽑아주는 자동판매기처럼, 특정 인물에 대한 정보와 자료만 제공하면 이를 곧바로 편집·가공해 CD롬이든, 웹사이트든, 혹은 전통적인 형태의 책이든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준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물론 대상 인물의 '사실'만을 쓰는 것은 아니다. 원하기만 한다면 그가 원하는 내용과 형태로, 소설형 전기를 쓸 수도 있다.

▼컴퓨터 치료사(Computer Therapist)▼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의 '병'(病)을 컨설팅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긴 프로그램을 고치기도 하며, 특정 제품의 사용법을 대화(채팅)이나 화상 토론(비디오 컨퍼런싱)를 통해 가르치기도 한다. 미래에는 네트워크 속도가 충분히 빠른 만큼 굳이 사람을 직접 부를 필요가 없다. 컴퓨터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이나 두려움까지 치료해주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디지털 배우 매니저(Digital Actors' Manager)▼

아득한 미래의 일로 여겨지는가? 그렇다면 먼저 영화 '토이 스토리2'나 '스튜어트 리틀'을 보기 바란다. 그러고 나면 '디지털 배우'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의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디지털 배우 매니저는 이들의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을 관리한다. 이들 디지털 배우의 출연 계약, 법적 권리 등도 이들이 관리해야 할 몫이다.

이밖에도 네트워크 환경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광대역 설계자', 구식 컴퓨터 재활용, 폐가전제품의 독성 화학물질의 처리 등을 다루는 '기술 재활용 관리자',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자금을 관리하는 '전자상거래 회계사', 사이버스페이스상의 공연이나 퍼포먼스의 세트를 디자인하는 '가상 세트 디자이너', 쇼핑몰이나 사이버 중개업 등의 마케팅을 맡는 '웹 프로모션 프로듀서', 웹을 이용해 고객의 여행 일정을 기획·관리해 주는 '컴프시어지'(Compcierge·Computer와 '관리인'이라는 뜻의 Concierge의 합성어) 등이 '21세기형 직업'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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