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정보 범람시대의 생존법(4)

  • 입력 2000년 2월 6일 16시 43분


▼여가(餘暇)를 잘 활용하는 방법▼

많은 뉴스를 접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유익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경우에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것을 포장한 것들이 뉴스를 가로막을 때가 있다. 때때로 신문과 방송들은 커다란 헤드라인이나 센세이셔널한 단어로 우리 눈과 귀를 현혹하기도 하고, 때로는 얼마 전에 했던 말을 지루하게 되풀이하기도 한다. 때때로, '적은 뉴스가 좋은 뉴스(Less News is Good News)'라는 말이 실감있게 들린다. 그처럼 우리 눈과 귀를 빼앗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자유시간을 지혜롭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중일 때는 셀룰러폰을 잠시 꺼두라. 라디오를 잠시 끄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광고 문구를 상기하자. '필요할 때는 잠시 꺼두시는 게 좋습니다.' 요즘 라디오는 광고와 교통정보와 뉴스 단신들로 소화불량에 걸려 있기 십상이다.

△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는 뉴스를 시청하지 말 것. 많은 사람들이 단지 내일 날씨가 어떤지 알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그저 타성에 의해 TV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TV 뉴스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용의주도하게도, 일기예보를 뉴스 중간중간에 분배해 두는 것이다. 결국 뉴스 전체를 보도록 말이다. 굳이 내일 날씨를 알고 싶다면 해당 뉴스의 진행방식을 대강 봐뒀다가 적당한 때 시청하면 될 것이다.

△ 호출기나 셀룰러폰을 특정 시간에는 끔으로써 외부로부터의 무분별한 연락을 최소화하라. "내게 연락할 필요가 있다면 오후 8시 이전에 해줘. 그 이후에는 호출기와 셀룰러폰을 끄기 때문에 내가 응답할 수 없을거야"라고 주위 동료들에게 미리 알려줄 것.

▼월드와이드웹(WWW) 검색도구 활용하기▼

모든 정보를 스스로 '항해'해서 찾고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으로도 여간만한 낭비가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 기술에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쪽에 의존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포인트캐스트'나 '헤드라이너' '데스크톱 뉴스' 같은 정보 선별 서비스는 따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도록 돼 있어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일단 설치해 두면 다른 작업을 하는 동안 그 배면(背面)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정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만큼 이익인 셈이다(물론 새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람인 경우의 얘기다. 그냥 '새것'이 좋아서 이런 프로그램을 받았다가는 컴퓨터의 아까운 자원만 낭비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따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다면 이메일을 이용한 정보 이용도 생각해볼 만하다. '인포비트'(InfoBeat)나 '뉴스링크스'(Newslinx) '브로드캐스트콤'(Broadcast.com) 등은 매일 새롭게 바뀐 뉴스나 이벤트를 이메일을 통해 전해준다. 이 중에서도 하나 정도만 받아보는 게 좋다. 뉴스링크스의 경우 정보통신 관련 뉴스만 매일 20~30건씩 전해주는데, 이것들만 일일이 쫓아가 읽는 것도 여간 벅찬 게 아니다.

△ 검색도구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무턱대고 한두 단어를 입력해 검색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만약 고도로 특정한 정보나 자료를 온라인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면 섣불리 검색엔진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전에 자세한 검색 노하우부터 익히는 편이 경제적이다.

△ 만약 자주 검색도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고, 따로 자세한 검색 노하우를 배울 의향도 없다면 '야후'(Yahoo!)나 '핫봇'(HotBot) '익사이트'(Excite) 등처럼 편리하게 몇 가지 대주제로 분류되어 있는 검색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 곁길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인터넷의 '하이퍼링크(Hyperlink)'가 지닌 함정이 바로 그것이다. 연결망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애초 찾던 정보와는 무관하면서도 관심이 가는 사이트와 만날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해당 사이트를 북마크한 뒤 재빨리 본 궤도로 돌아와 찾고자 한 정보를 계속 뒤져야 한다.

△ 중요하다 싶으면 '인쇄'를 하라. 만약 어떤 사이트가 여러 연관 사이트들과 연결돼 있다면 각각의 사이트를 인쇄한 뒤에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라. 한 가지 명심할 사항: 인쇄한 내용을 다 보고난 뒤에는 그 뒷면을 알뜰하게 재활용하도록 한다.

△ 북마크를 주제나 내용 별로 정리해서 이용하라. 폴더를 만들어 해당 주제에 따라 분류해 두는 것도 좋다. 아무런 맥락 없이 흥미로운 사이트가 나올 때마다 북마크해 두다 보면 또다시 '정보 과잉'의 폐해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명심할 일▼

당신이 이용하는 모든 기계나 장비, 프로그램들은 당신의 일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에 함몰되고 지배받아서는 곤란하다. 당신이 호출기나 셀룰러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들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고 응답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쯤이면 됐다'며 잠시 호출기나 셀룰러폰을 꺼두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이다. "노동을 마친 뒤에는 여가를 즐기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이 대목에서 유효하다.

과감하고 확신에 찬 당신만의 '정보 선별' 기준을 마련해 실천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보피로증후군'(Information Fatigue Syndrome)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 증세는 이렇다: 정보에 대한 분석능력에 마비가 오고, 불안감이 커지며, 스스로에 대한 불신감이 증폭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사람은 그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 아무런 결정도,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게 된다. '적은 뉴스가 좋은 뉴스다!'(Less News is Good News!).

또 하나. '잘 버릴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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