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수환추기경의 경고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설 연휴 모처럼 한자리에 앉은 가족 친지간 화제의 주류는 역시 정치와 선거였다. 당장 이번주초의 선거법 개정과 지역구 조정, 여야의 공천자 명단발표, 그리고 시민단체 낙천 낙선운동과 정당의 대응전략이 화두로 떠올랐다. 가정과 회사 나라의 경제문제도 4.13총선결과와 떼어놓고는 말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논의가 풍성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이런 선거관심이 말 그대로 새천년 새정치의 초석 으로 기능하려면 금권 관권과 정치적 사술에 민의가 왜곡 굴절되지 않는 공명선거를 치르는게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연휴 전날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이번 총선은 절대적으로 공명선거가 돼야하며 그것이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의미 라고 강조했다. 사실 어떤 선거든 공명이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다. 그럼에도 추기경은 신임인사차 찾아온 여당대표에게 듣기좋은 덕담 대신 공명선거만을 강조했다. 지금같은 분위기로 가다가는 선거혼탁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위기감을 그렇게 표현한 것 아니겠는가.

김추기경은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이번 총선에서 꼭 다수당이 돼야한다는데 집착하지말고 마음을 비우라 고 주문했다. 공명선거가 안되면 참 어려운 시국이 올 것 이라는 말도 했다. 김대통령이 나라와 정치가 안정되려면 여당이 안정돼야 한다 며 여당의 총선승리만을 강조하는데 대한 경고성 발언이 아닌지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추기경은 야당도 총선승리만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 총재이면서도 나라 전체를 책임진 대통령이야말로 정파의 승리보다 대승적으로 나라와 민주주의의 승리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충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최근 쏟아지는 각종 선심성 인기정책이나 여당 낙천자의 낙하산식 공기업 배치 등이 정부여당의 프리미엄을 이용한 선거전략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들이 여당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당이 이런식으로 표몰이에 나서면 공명선거는 어림없다. 여당 프리미엄이 없는 후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흑색선전이나 지역감정 선동 등 또다른 표몰이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이런 것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선거혼탁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공감하듯 이번 총선은 새정치의 이정표를 세우는 선거가 돼야한다. 돈과 폭력 관권 따위가 좌우했던 구태(舊態)선거를 한꺼번에 뛰어넘어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의 탄생이 가능하다. 선거 구태가 계속되면 정말 어려운 시국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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