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컴퓨터로 人材 고르기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요즘 미국에서는 종업원을 채용할 때 컴퓨터로 면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로 유통업체들이 그렇다. 가전제품 판매업체 굿 가이스, 가정용 건자재 판매업체 홈 디포, 잡화를 취급하는 메이시백화점, 유명 소매 체인 타깃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응시원서를 내고 인사담당자로부터 면접심사를 받는 전통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각 매장 등에 설치된 컴퓨터에 아무 때나 자신의 이력을 입력하고 스크린에 나타나는 질문과 심리테스트 문항에 키보드를 눌러 대답하는 것으로 면접을 대신한다. 그러면 컴퓨터는 이들이 각 회사의 채용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검증해 합격 여부를 판정한다.

일부 회사는 자체적인 컴퓨터 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컴퓨터 면접 전문회사에 취업희망자들의 채용 심사를 의뢰한다. 물론 컴퓨터 면접이 종업원 채용의 최종 절차는 아니다. 기업에 따라서는 지원자 중 1차로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데 컴퓨터를 활용하고 대인(對人)면접을 따로 실시하는 곳도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컴퓨터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이 같은 새로운 취업풍속도를 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컴퓨터 면접에는 회사나 취업 희망자 모두가 시간과 경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취업희망자들의 가치관 등에 관한 사적(私的) 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다른 곳에 이용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행복과 편의를 위한 것이다. 컴퓨터 면접의 이점이라는 시간과 경비의 절약도 중요한 가치에 속한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컴퓨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을 고르는 시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떨치기 어렵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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