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 꽤 성공했다는 사람이 2년 전에 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불과 2년 사이에 ‘.com’이라는 도메인을 쓰는 포털 서비스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시나(sina.com) 네티즈(netease.com) 소후(sohu.com)는 중국내에서 이미 탄탄한 자리를 잡았다. 차이나(china.com)의 주가는 2년 사이에 5배나 뛰었다. 시시드넷(ccidnet.com) 차이나런(chinaren.com) 런런(renren.com)도 급신장하는 업체다.
중국계산기보(報)는 지난해 중국 IT산업계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com’ 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1위로 전했다.
인터넷을 중국어로 ‘후롄왕(互聯網)’이라고 한다. 서로 연결하는 망이라는 뜻이다. 중국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것은 87년이다. 컴퓨터 엔지니어 첸톈바이(錢天白)가 독일 칼스루에대학에 E메일을 보낸 것이 중국 대륙과 서방 세계의 첫 인터넷 접속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동서진영 사이에 이념의 벽이 높았다. 92년 일본 고베(神戶)의 국제인터넷대회에 참석했던 중국 대표가 중국의 인터넷망 가입에 대한 의견을 밝혔을 때 미국대표는 이렇게 얘기했다.
“인터넷에는 미국 정부기관 홈페이지가 많다. 중국이 직접 접속하는 데는 정치적인 벽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정치의 두꺼운 벽도 정보의 흐름은 막지 못했다. 94년 4월 미중 양국은 중국의 인터넷망 가입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6년.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관영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는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수가 97년 10월 62만명에서 98년 말 210만명, 작년말에는 89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2년 동안 1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도메인수도 97년 4066개였으나 작년말에는 4만8695개로 늘었다. 2년 사이에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www 서버도 1500개에서 1만5153개로 급증했다. 정부기관들도 지난해부터 홈페이지 개설에 힘쓰고 있다.
네티즌의 폭도 넓어졌다. 20∼35세의 젊은 지식층이 인터넷 이용인구의 주류지만 나이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영어를 모르거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네티즌들을 위해 중국어주소 사용을 장려하는 것도 인터넷 인구 증가의 한 요인이다.
CNNIC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2년에는 61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2년 뒤에 중국이 미국 다음가는 인터넷 대국이 된다는 얘기다.
인터넷 이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인터넷의 접속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중국 정부가 허가한 인터넷 서비스망은 모두 5개다. ‘차이나넷’ ‘진차오(金橋)’ ‘유니넷’은 공용 서비스이며 ‘과학기술망’ ‘교육컴퓨터망’은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공익망이다.
이들 네트워크가 중국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회선용량은 미국의 10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중국은 연내에 회선용량을 3배로 늘릴 예정이지만 접속속도가 쉽게 빨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 내용이 빈약한 것도 문제다. 중국은 그동안 인터넷 시장을 대외에 개방하지 않았다. 개인이나 단체의 홈페이지 개설에도 제약을 가했다. 이용자들의 국제인터넷 접속도 제한했다. 미국 CNN방송이나 신문의 사이트는 아예 접속되지 않으며 대만과 홍콩의 사이트도 통제돼왔다.
이같은 제약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부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분간 인터넷 접속서비스(ISP)업은 개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콘텐츠제공(ICP)업 분야의 개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이 시행에 들어간 ‘인터넷 보안관리규정’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 시장개방을 앞두고 중국당국은 인터넷을 통한 국가기밀 누설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E메일 등의 내용을 제한하는 보안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이 언론을 통해 공식발표하지 않은 사항은 모두 국가기밀로 분류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큰 반발을 불렀다. 송수신 내용을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일일이 검열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인터넷 인구의 폭발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이를 통해 개방의 물결이 밀려드는 것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의 벽이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