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다 9단은 61년 다카가와 가쿠 9단을 꺾고 혼인보(本因坊)에 오른 뒤 60, 7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던 인물이다. 혼인보 7연패 외에도 메이진(名人) 5회, 일본기원선수권 12회 우승 등 66회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이같은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조치훈 9단이 59회로 2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35년 입단한 그는 65년간 활동하면서 1117승을 기록했다. 다승 부문에서는 린하이펑(1140승), 가토 마사오(1128승)에 이어 일본 역대 3위의 기록. 한국에서는 조훈현 서봉수, 두 기사만이 1000승 고지를 넘어섰다.
사카다 9단의 별명은 ‘면도날’. 기상천외한 신수(神手)로 불리하던 대국 상황을 역전시킨데서 붙여진 것이다. 그는 “63년 9월 메이진 도전자로 나서 마지막 7국에서 후지사와 슈코 9단에게 승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라고 말했다. ‘세계 바둑계의 살아있는 신화’ 우칭위엔 9단이 이 대국에서 사카다 9단이 펼친 수를 천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의 수라고 평가했을 정도.
8년간 일본기원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최근 일본 바둑의 침체에 대해 “일본 기전은 대개 제한시간 5시간으로 국제기전의 3시간에 비해 너무 길다”면서 “일본 바둑이 국제 기준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카다 9단은 80세의 나이에도 대국 해설과 도전기의 입회인 등으로 남은 인생을 바둑과 함께 보냈겠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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