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과학이다]사격훈련시스템 '스캣'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군대를 다녀온 성인남자라면 사격훈련에서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얼차려’를 받은 아픔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격에선 표적에 탄환이 맞는 곳이 일정해야 ‘명사수’가 된다.

사격 대표선수들은 최근 ‘스캣(SCATT)’이라는 사격훈련 시스템을 이용, 탄착군 형성에 도움을 받고 있다.

스포츠과학연구원에 근무했던 진성태박사(현 예원대 총장)와 러시아 항공우주국이 함께 개발한 스캣은 격발 시점을 중심으로 총구의 움직임을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내는 장치. 즉 총구에 부착된 카메라와 표적판에 설치된 적외선 발생장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총구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사수에게 알려준다.

▼디지털 카메라의 원리

보통 카메라는 렌즈 뒤 필름에 피사체의 이미지가 생긴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조그만 입자를 뜻하는 광전소자가 보통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따라 광전소자가 몇 개냐에 따라 해상도가 달라진다.

스캣도 마찬가지. 총구에 부착된 카메라 뒤쪽에 광전소자와 같은 센서가 붙어있어 표적판을 향하는 총구의 움직임을 ‘찍는다’.

이 센서는 가로 세로 각 5㎜의 크기에 광전소자가 1000개씩 들어있어 총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워낙 정밀해야 해 센서는 러시아 항공우주국에서 제작했다.

▼어떻게 적용되나

사각형 표적의 가로세로 가운데 네곳에 적외선 발생장치가 부착돼 있다. 이 빨간전등 네개는 표적을 알려주는 신호발생기 역할. 발생된 신호는 총구에 달린 센서를 포함한 소형 카메라가 인식한다. 사수가 표적을 향해 조준해 실제 격발할 때까지 총구가 흔들리는 것을 카메라와 빨간전등 네개가 상호작용해 파악. 실제 격발은 스크린에 빨간색으로 나타나고 격발 이전 총구 움직임은 스크린에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10m 공기소총의 경우 표적판에서 10점의 원 크기는 지름 0.5㎜, 9점은 9.5㎜. 스캣에 나타난 총구의 움직임은 대략 좌우상하로 5∼9㎜ . 총구가 상하로 많이 움직이면 호흡불안, 좌우로 많이 흔들리면 자세가 문제이므로 이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내리면 된다.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나

거총→정조준→격발에 이르는 구간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뜸’을 들이고 쏠 때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몇발을 나누어 쏠 것인지도 계산할 수 있다.

10m 공기소총에선 남자는 1시간45분, 여자는 1시간15분 동안 60발을 쏴야 한다. 이때 60발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파악, 기술 운영상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하나 공격발 훈련과 실탄사격을 겸할 수 있어 사수에게 가장 적합한 총알을 찾아낼 수 있다.

대표팀을 지도했던 이해성 한국사격기술원 연구소장은 “공격발은 직선으로 날아가지만 실탄사격은 공기저항 탓에 곡선으로 날아가 오차가 생긴다. 가장 적은 오차가 생기는 실탄을 알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총알 제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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