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규칙'은 지켜져야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2년에 걸친 지리한 여야협상 끝에 선거법 국회법 정당법등이 개정되었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출범하면서 요란한 개혁의 기치를 내걸을 때에 비추어보면 초라한 결실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허둥지둥 표결로 확정한 것도 여야의 정치력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내용면에서도 정당민주화 정치자금투명화 같은 정치개혁의 본질적인 문제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런대로 우여곡절 끝에 의원정수를 26명이나 줄인 것, 비례대표 후보에 여성을 30% 할당하기로 한것, 후보자의 전과열람 및 병역 납세기록 공개가 가능하게 한것등은 정치사적으로 의미있는 소득이라 하겠다.

이제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은 다가온 총선에서 개정 선거법이 제대로 지켜질것인가, 과연 평화롭고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 본난에서 이미 시민단체가 자유로운 낙선운동 보장을 요구하면서 법 불복종운동까지 외치고 있고, 정치권이 이를 외면함으로써 충돌과 마찰이 예상되는 만큼 총선까지 시일이 촉박하더라도 정치권 선관위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으라 고 촉구한바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 개정된 선거법은 시민단체의 주장을 제한적으로만 수용했다. 즉 시민단체가 요구해온 낙천운동은 지금까지 해온대로 언론이나 컴퓨터통신에 명단을 공개할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합법화했다. 낙선운동도 허용하여 선거운동이 법적으로 시작되면 단체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지지 반대도 할수 있고, 그 내용을 자체기관지나 내부문서로 회람할수 있게 했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에서는 집회 가두행진 서명운동 피켓흔들기등도 할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것은 받아들여지지않았다. 이런것들은 정당이나 입후보자들도 못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개정내용을 보면 법 테두리내에서의 공익적인 정치개혁운동 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즉 이 범위내에서도 운영의 묘를 살리면 시민단체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고, 악법 이므로 지킬수 없다고 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본다. 자칫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여 선거판 자체의 혼란과 무질서를 유발할 경우, 순수하지 못한 사이비단체의 준동을 부채질할 우려도 없지않다. 국민적 지지속에 벌여온 시민단체들의 정치개혁운동이 본의아니게 순수성과 공정성에서 흠을 남겨서는 안될 것이다. 총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측의 사려깊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하튼 개정된 선거법은 비현실적인 점이 많으므로 다음 국회에서 전면적인 손질을 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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