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본 세상]'아프간機 인질극'은 연극?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진짜 납치였는가, 아니면 짜여진 연극이었는가.

아프가니스탄 아리아나항공 소속 국내선 여객기 납치사건이 10일 납치범들의 투항으로 닷새만에 끝났다.

그러나 납치범과 상당수 승객이 해외 망명을 위해 납치사건을 공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납치범들이 석방한 150여명의 인질 가운데 74명이 영국 정부에 망명을 요청한 희한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잭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은 10일 의회에 대한 보고에서 “아프간 국내선 승객의 다수가 망명을 신청한 것은 당초부터 범인들과 공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풀려난 승객들도 “납치범들이 일부 승객들과 공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찰은 기내에서 권총 4자루, 칼 5개, 수류탄 2개 등 무기를 발견했다. 영국 경찰은 여자 승객들이 이들 무기를 속옷에 숨겨 기내로 들여온 뒤 납치범들에게 전해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오랜 내전에 시달린 아프간 국민은 “나도 인질이 됐으면 좋겠다”며 납치극으로 영국에 간 인질들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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