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이 영화 에세이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이룸).
“영상미학도, 영화제작 시스템도 모릅니다. 시골사람이 스크린 앞에서 갖는 호기심을 그대로 적었으니 ‘촌놈’의 영화 감상기일 수 밖에요.”
영화 속 자장면에서 손가락이 불쑥 나온 뒤로 자장면을 못 먹게 됐다고 툴툴거릴 때는 영낙없는 시골 아저씨지만, 스크린 앞에서 내놓는 ‘훈수’는 결코 촌스럽거나 녹록하지 않다. ‘쉬리’를 본 뒤에는 ‘이제 우리도 피가 도는 잘난 적(敵)의 모습 (최민식)을 갖게 되었다’고 칭찬하고, ‘퇴마록’에서는 배우가 주인공의 성격 뒤에 완전히 숨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영화를 너무 ‘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은 영화들이 때로 아쉬워집니다. 시간과 사람의 깊이와 넓이를 한껏 담은 영화가 늘어났으면 해요. 서둘지 말고 느긋하게….”
그러나 그가 ‘영화를 시처럼’ 만드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책 속에서 그는 한때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열렬한 팬이었고, 러닝 셔츠를 입고 싸우는 영웅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에도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최근에는 TV시트컴 ‘순풍 산부인과’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요? ‘다이하드’와 이란영화 ‘올리브나무 사이로’ 지요. ‘다이하드’는 끝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시도 저렇게 써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올리브…’는 쉽고, 아름답고, 눈부신 영상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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