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아연 긴장한 것은 당연하다. 해커들이 기승을 부릴 경우 우선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온라인 사업분야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 특히 인터넷에 기반해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신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역시 휘청거릴 공산이 크다. 미국이 ‘사이버 테러’를 ‘공적 제1호’로 규정하고 강력한 해킹방어 및 제재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나 선진 8개국(G8)이 즉각적인 국제공조를 다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사이버 테러의 공격대상이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의 국가안보는 피를 흘리는 물리적 대결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스템과 통제장치를 무력화하는 사이버 전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설득력을 갖는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국가보안망이 북한의 해커들에 의해 뚫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보안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이버 테러대책은 지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1000여개 사이트의 90% 이상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한국은 국제 해커들에겐 ‘해킹 천국’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해킹사고 572건 가운데 274건이 외국 해커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고 이중 183건은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 제3국을 해킹한 경우였다. 디지털사회의 국가안보를 위해 ‘10만 정보전사 양병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용정 논설위원> 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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