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은 형식상 검찰과 정의원이 당사자다. 정의원에 대한 고소사건 또는 정의원이 고소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통상적 절차라면 정치권이 시끄러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검찰은 정해진 법절차에 따르고 정의원은 그에 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르게 보이는 일련의 상황이 문제다. 요컨대 검찰의 행동이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정치적 사건’으로 비친 데에 원인이 있다. 외부개입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독립성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비롯된 검찰의 내홍(內訌)이 자칫하면 지난해 검찰항명파동과 같은 진통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총선 2개월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정의원 긴급체포’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검찰의 독자적 판단으로 볼 수 없다는 일부 검사들의 지적이 심상치 않다. 현역 국회의원을 법원의 체포영장도 없이 잡아가려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작전실패’ 책임을 물어 서울지검 간부 2명을 전격적으로 사실상 좌천시킨 처사는 ‘외압’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검찰은 “법질서 수호를 위해 원칙에 따라 정도대로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 정의원사건부터 느닷없이 법질서를 세워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검찰의 갖은 수사(修辭)와 여권(與圈)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약하다. 외부와는 어떤 연락이나 협의도 없었다는 해명도 쫓기듯이 ‘법집행’에 나선 데 대한 설명이 될 수 없다. 결국 이번에도 정치적 의혹 탓에 검찰만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옷로비의혹사건으로 검찰이 ‘오물’을 뒤집어쓰게 만든 것도 정치권이었다. 벌써 이 사건이 준 뼈아픈 교훈을 잊었단 말인가. 총선을 2개월 앞둔 지금 검찰은 불법선거운동 단속이라는 막중한 일을 해야 할 시기다. 이런 때에 검찰이 정치적 상황에 의해 내부의 갈등이 심해진다면 이는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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