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는 ‘의미심장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사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가 워커 에번스(1903∼1975)의 작품 175점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대공황기의 가난한 소작농의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에번스는 193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사진작가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허용한 주인공이었다. 그는 피곤해 보이는 지하철승객, 거리에서 트럭에 물건을 싣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 등 서민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여인의 얼굴을 크게 찍은 ‘앨라배마 주의 소작농 아내’가 유명하다. 주름진 이마, 꽉 깨문 입술 등으로 온갖 착잡함을 지닌 슬픈 표정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이어 MOMA도 3월16일부터 에번스의 작품세계를 탐구하는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 미국 주요 방송사에서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최고의 번영기에 최악의 시절을 담은 사진전이 잇달아 열리는 데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고생했던 시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일 수도 있고 “언젠가는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은 과거의 고통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듯하다. 언론이 ‘작품세계의 아름다움’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반증이다. 미국은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마저도 아름답다고 여길만큼 여유가 있어진 것일까.
<뉴욕=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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