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 Words]인터넷의 말 말 말…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새로운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말이 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그만큼 사회가 빨리 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변화의 폭과 속도는 세기말로 다가갈수록 더욱 커지고 빨라지는 추세인데,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별되는 '기술(Technology)' 분야에서 특히 그러하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그 쪽의 전문가와 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전문가의 입에서 URL, http, TCP/IP, HTML, XML, WAI, 애플릿, 자바 같은 정체불명 '암호'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둘 사이의 대화는 아예 단절되어 버릴지도 모른다(사실 이런 단어들은 왠만한 인터넷 마니아들이라면 대충 알 법한 것들이다). 그래도 너무 극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면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브라우저(Browser) 채널(Channel) 푸시(Push) 포털(Portal) 같은 단어들이다. 이미 사전에 다 나와 있고, 그 뜻도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이 단어들에는 새로운 뜻이 덧붙었다. 따라서 이 단어들을 예전의 뜻대로만 알고 있는 '컴맹'이나 '넷맹'들이라면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컴맹, 넷맹도 다 신조어(新造語)라고 할 수 있지만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최근 개정돼 나온 '새 옥스퍼드 영어사전(www.oed.com)'은 기술 진보에 따른 단어의 진화, 혹은 신조어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애플릿(Applet): 매우 작은 응용 프로그램(Application). 특히 한 가지나 서너 가지의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블로트웨어(Bloatware): 비공식적으로 쓰이는 말. 지나치게 많은 메모리를 요구함으로써 그 효용성이 떨어진 소프트웨어.

▲사이퍼펑크(Cypherpunk):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특히 정부 기관들로부터 개인 정보(Privacy)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암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

▲디제라티(Digerati):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에 관련된 전문가나 직업인.

▲기크(Geek): 어떤 분야에 박식한, 그러면서도 강박적일 만큼 그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용례- [컴퓨터 기크].

▲헌트 앤드 펙(Hunt and Peck): 서투른 타이핑. 한 손가락이나 두 손가락만을 이용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이른바 [독수리 타법]

▲인포반(Infobahn): 고속 컴퓨터 네트워크, 특히 인터넷.

▲인터노트(Internaut): 인터넷 이용자. 인터넷의 조종사(Astronaut)라는 뜻.

▲LOL(Laughing Out Loud): 큰 소리로 웃다. 온라인 대화에서 쓰임).

▲팜톱(Palmtop): 한 손에 넣을 만큼 작고 가벼운 컴퓨터.

▲프리킹(Phreaking): 특히 공짜로 전화를 쓰기 위해 원격 통신 시스템을 해킹하는 행위.

▲스네일 메일(Snail Mail): 전자우편(e-mail)의 반대되는 개념. '달팽이처럼 느린' 일반적인 우편 시스템.

대표적인 사이버펑크 잡지인 '와이어드'는 아예 '자곤 워치(Jargon Watch)'라는 지면을 따로 두어 인터넷 환경에서 새로 생겨나는 단어들을 수집하고 있다. 웹(Web)과 혁명(Revolution)을 더한 '웨볼루션(Webolution)', 경제(Economics)를 더한 '웨보노믹스(Webonomics)' 같은 것들이 그 사례다. 그러나 이들이 여느 말처럼 일반 사이에서 통용될지,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시간만이 알 수 있는 문제다.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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