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논조를 결정하는 것은 사설과 만화, 그리고 제목과 편집이다. 사회면에 진취적인 기사들이 있더라도 사설과 만화에서 그날 주요사건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을 해버리면 보수언론이 되는 것이고, 제목과 편집이 선정적이면 내용이 합리적이어도 별 소용이 없다. 다른 데가 멀쩡하여도 눈빛이 이상하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눈높이가 ‘국민에게’ 맞추어져야 한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보면 결론도 대책도 없는 양비론이나 무책임한 가십성 비판밖에 나올 수가 없다.
정형근 사태만 해도 그렇다. 정의원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고, ‘아니면 그만’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으로 사회 개혁분위기를 망쳐버린 사람이다. 결국 시민단체들에 의해 낙선대상자 영순위에 오르게 되자 이제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고, 자신이 고소고발한 사건조차 조사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퇴출대상 정치인이다. 그가 여당의원이든, 야당의원이든, 무소속이든 국민 입장에서 보면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정의원과 한나라당이, 헌법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실력으로 저지한 것은, 감옥에서 탈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상 초유의 심각한 공무집행방해였다. 그 심각성에 비해서 검찰이 하필 이 시기에 영장을 청구하였느냐 하는 것은 지극히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더구나 검찰소환에 수십차례 불응한 상태이고, 영장집행으로 여당이 여론상 불리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므로 정치적인 판단으로 영장을 집행하였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정치적인 판단에 법원이 개입되었다는 것은 난센스다. 법조기자들이 이러한 이치를 모를리 없건만, 10일자 사회면의 ‘툭하면 고소고발, 출두는 나몰라라’는 기사가 정치인의 법무시행태를 조목조목 고발한 것 외에는 검찰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사 일색이었다. 심지어 16일자 사설에서는 헌법상 참정권을 지키려는 총선연대의 낙선운동과 정의원의 무법행동을 동렬에 놓고 다루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18일자 동아광장칼럼에서 정의원의 무법행태를 질타하고 19일자 사설에서 정의원이 묵비권을 행사함으로써 진실규명 책임을 회피한 것을 나무란 것은 다행이었다.
신문은 검찰이 하필 총선을 앞두고 정의원을 체포하려 했느냐고 비난하고 있지만, 오히려 신문이 하필 정의원사건을 다루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을 집중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한 점은 비난받아야 한다.
박주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