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후 경제' 불안하다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총선후의 경제불안 요인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둔 정국의 혼미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경제정책이 장기적인 안정기조를 해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 및 여행수지의 적자반전, 원고(高)엔저(低)의 환율구조, 사치성 소비재 수입급증, 국제원유값 상승, 국제고금리 추세 등 몇가지 경제지표 동향과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대우문제와 투신사들의 구조조정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금융시장 불안이 상존하는 가운데 외부의 충격에 무방비상태인 외환수급관리의 허술함이다.

정부는 당초 올 경제정책 운용 목표로 6%대의 성장, 3% 이하의 물가, 120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와 함께 저금리 유지, 생산적 복지향상, 구조조정의 완결 등을 내세웠다. 한마디로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목표는 대내외적 경제여건 변화와 잠재적 불안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몇가지 경제지표동향이 그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안한 경제정책 기조를 바로 잡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미봉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2차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도 공기업 민영화 등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개혁과제와 노사간 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제도 개선 등 계층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들은 총선후로 미뤄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우선순위가 엇바뀌고 일관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의 적자반전에도 불구하고 환율정책은 중심을 잃고 있으며 인플레 압력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통화가 증발(增發)되고 있다. 거기에 각종 선심성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세감면의 남발은 균형재정의 조기달성을 어렵게 하고 재정정책기조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경제가 비록 외환 유동성 위기는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물가 임금 환율 금리 등 가격지표의 안정과 함께 실물과 금융의 확고한 구조개혁을 통한 안정성장기반의 구축 없이는 조그만 외부의 충격에도 얼마든지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자본자유화의 개방경제시대에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록 단기외채 비중이 30%대로 낮아졌고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었지만 한국에 들어와 있는 증권투자자금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의 단기외채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잖아도 선거때까지는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증시주가도 정부가 떠받치리라는 예상아래 역외 투기자본이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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