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대는 정치인들에게 연예인 못지않은 이미지 관리를 강요한다. 특히 선거철에는 이미지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악수를 할 때나 말을 할 때나 항상 이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선거는 ‘이미지 게임’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의 정치광고 전문가 조 맥기니스는 ‘대통령을 팝니다’라는 저서에서 후보의 이미지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이미지 정치’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으로 1960년 케네디와 닉슨 후보의 TV토론이 흔히 꼽힌다. 당시 닉슨은 토론에서 이기고도 초라한 이미지 탓에 건강미 넘치는 케네디에게 졌다.
▷지난주 여야 3당은 지역구 공천자 대부분을 발표해 본격적인 선거전을 개막했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주말에 등산로 입구 등에서 악수를 시작했다. 어느 후보 부부는 벌써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 신당 창당을 하겠다며 바삐 움직이고 있는 낙천자들은 또 어떤 이미지를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앞으로 후보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모두가 이미지를 과대 포장하려는 속셈이다.
▷선거라는 게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진실성보다 쇼맨십이 우선하는 이미지 선거의 맹점을 간파해야 한다. 조작된 이미지에 표를 던져서는 안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도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무당파임을 나타낸다. 역대 어느 총선 때보다도 이미지에 의한 이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지 뒤에 숨은 후보들의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육정수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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