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 세상]월드컵 개최도시의 '몽니'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월드컵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9번, 중남미에서 4번, 북중미에서 3번이 열렸지만 개최한 나라는 13개국이다. 멕시코 이탈리아 프랑스가 두 번씩 치른 까닭이다. 반면 한 도시를 중심으로 열리는 올림픽의 회수는 26회이지만, 개최한 도시는 20개이다. 세계대전으로 3번이 빠졌고, 파리 런던 로스앤젤레스가 두 번씩 개최해 그렇다.

개최지가 국가와 도시로 구분되는 월드컵과 올림픽이지만 굳이 둘 다 치른 나라를 따지면 8개국이고, 도시도 8곳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서울과 도쿄도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메가 스포츠이벤트 둘의 개최는 국가나 도시의 영예인 셈이다.

월드컵은 축구란 단일종목 대회이지만 예선을 거친 32개국이 한달간 개최국 전지역의 도시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종목은 다양하지만 한 도시를 중심으로 보름간 치러지는 올림픽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개최국으로서는 전지역을 속속들이 세계에 내보임으로써 대외적 이미지와 영향력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은 유럽과 미주지역이외에서 최초로 열리고 처음으로 두 나라가 개최하며 새 천년에 최초로 열리는 대회이다. 대회 평가에 대한 개최국의 부담이 큰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이란 평가가 그냥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철저한 준비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월드컵 준비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준비의 기본인 경기장 건설 때문이다.

사실 경기장 문제는 1996년 5월 월드컵 유치 결정 이후에도 오랫동안 오락가락했다. 서울을 제외하느니 마느니, 또 주 경기장을 짓느니 마느니, 개최도시를 10개에서 6개로 줄이느니 마느니 등으로 개최 10개 도시가 확정된 게 유치 후 무려 1년 7개월 만이었다. 그리고 서귀포는 99년 2월에야 기공식을 했다. 그러니 다급할 수밖에.

더구나 인천 수원 울산 전주 서귀포는 개최도시로 뽑히려고 국고보조금 없이 경기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말하자면 공사비 대책은 차후의 문제였다. 뻔한 무리수가 결국 현실로 나타나 5개 도시는 지난주 정부에 다른 도시와 같은 수준의 국고지원을 건의했다. 약속도 중요하지만 재정형편상 더 이상 돈을 마련키 힘들어 경기장 건설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말과 함께….

사정이야 정부에 ‘떼’라도 써볼 수밖에 없을 만하지만 개운치 않다. 아무튼 정부로서는 세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국고지원을 고려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약속을 지키려고 약속을 깰 수는 없지 않은가. 차입금 지원이든 민간투자유치 지원이든 정부의 합리적 방안을 기대한다.

<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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