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 등을 무대로 3년여간 탈북 난민을 납치해 강제 송환하는 납치공작원으로 일하다 최근 한국측에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반탐처(정보부)소속 납치전담 공작원 H씨(31)는 21일 육성테이프를 통해 “안목사는 북한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폭로했다.
H씨는 “현재 중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 난민 가운데 상당수가 탈북자 납치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파견된 북한공작원”이라며 “최근 3년간 자신이 납치한 탈북자만도 지난해 3월의 최충성씨 일가족 6명 등 모두 20여명”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중국 지린성에서 북한 체포조의 추적을 피해 은신중인 H씨는 지난해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사업가 C, L씨 등에게 북한공작원들의 납치수법과 그동안 벌인 납치극의 내용 등을 상세히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들이 녹음한 H씨의 육성 녹음테이프를 L씨로부터 단독 입수했다.
H씨는 증언에서 “당시 북한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벌이던 안목사를 ‘위험인물’로 규정해 북한에서 직접 보낸 공작원 3명과 조선족 협조자 2명을 동원해 지린성에서 안목사를 납치한 뒤 인근 허룽(和龍)시를 거쳐 북한으로 빼돌렸다”고 말했다.
H씨는 그러나 “안목사 납치는 자신과 소속이 다른 조선인민군 보위사령부(인민무력성)산하 경비총국 8부 소속 공작원들이 한 일”이라며 “북한의 탈북자 납치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선인민군 보위사령부 양쪽에서 수행중”이라고 증언했다.
H씨는 또 “최근 탈북자 문제에 국제적인 이목에 쏠리자 이에 부담을 느낀 북한측은 특히 중국에서 탈북자 조직과 연계해 선교활동중인 한국인 목사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며 “현재 한국인 목사들이 운영중인 ‘탈북자 쉼터’에 탈북자를 가장한 납치조를 침투시켜 여러 건의 공작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지린성에서 실종된 김동식목사(53)도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돼 납북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H씨는 “납치된 탈북자들은 대부분 정치범수용소로 송환되거나 처형됐다”며 “항상 이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 왔고 탈북자의 어린 자식까지 감옥에 가둬 굶기는 등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 귀순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주중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측에 귀순의사를 밝힌 H씨는 “그동안 탈북자 등의 납치공작을 전담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중국내 외화벌이회사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위성무역회사의 직원으로 행세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체제단속차원에서 탈북자와 그 지원조직을 대상으로 납치공작을 강화하고 있다”며 “북한공작원에게 납치된 탈북자와 관련 조선족 및 한국인 수가 지난해에만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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