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신선한 충격 '상향 공천'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20일 서울 금천구 민주노동당 금천지구당 선거대책본부 사무실. 이번 총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총회는 다른 정당 지구당행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참석한 당원 120명은 일당을 주는 ‘동원된 당원’이 아니라 매달 1만원씩 당비를 내는 ‘진짜 당원’이었다. 이들은 투표 직전 당비납부 영수증을 제출했다. 미처 당비를 납부하지 못했던 일부 당원들은 현장에서 당비를 납부한 뒤 투표용지를 받았다.

투표 결과 단독출마한 최규엽(崔圭曄)당정책위원장이 찬성 116표, 반대 4표로 후보에 뽑혔다. 당원들은 최위원장이 후보로 결정되자 즉석에서 1인당 10만원 이상의 특별당비를 납부, 선거자금을 마련키로 결의했다. 이 지역 당원이 300여명인 만큼 이를 통해 3000만원 정도의 선거자금이 걷히게 된 것.

민주노동당은 13일 이같은 절차를 통해 박용진(朴用鎭)전성균관대총학생회장을 서울 강북을 후보로 선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4군데 후보를 확정했다. 아직 공천관련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21일 민주당 중앙당 대변인실. 이영일(李榮一)의원 등 공천탈락자들의 밀실공천 비난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한나라당은 공천발표가 있었던 18일 이후 밀려들고 있는 공천항의 시위대로 연일 아수라장이다. 실제로 일부 후보들은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당내 실세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낯선 지역에 낙하산처럼 투입되기도 했다.

선진적 정당문화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급적 현행 정당법에 충실하려는 민주노동당의 공천방식은 말 그대로 ‘실험’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간해서 안될 줄 알았던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실낱같으나마 분명 새로운 정당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