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건설이 15∼25층짜리 5327가구를 짓고 있는 미아7동 재개발지역의 경우 아파트가 완공되면 길음동 등에선 더 이상 북한산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정릉 4지구도 마찬가지. 12∼20층짜리 건물 31개 동이 들어서면 인근 미아지구 재개발 지역과 함께 북한산을 가리게 된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봉천고개 정상에는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차 관악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 주변으로 가도 아파트가 역시 가득 들어차 있다. 현재 관악산 주변에는 32곳 2만4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이미 완공됐거나 공사 중이다.
신림10동에서 미림여고를 거쳐 삼북터널 너머로 이어지는 도로 밑이 가장 대표적인 아파트 건축지역. 신림 2-1 재개발지구에는 주택공사가 11∼25층짜리 23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으며 삼북터널 너머 금천구 시흥동에도 B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서울의 북한산 관악산 아차산 남산 등 주요 산이 고층아파트에 점차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안산 개운산 응봉산 주변도 이미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주요 산자락 주위에서 재개발 또는 재건축아파트 건립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50곳이 넘는다.
서울시는 최근 도심 경관을 살리기 위해 서울 시내 주요 산 일대에 풍치지구 및 고도제한지구를 지정해 고층아파트 건립을 억제하고 있다. 시는 97년 풍치지구 관리 계획을 마련해 수유 성북 인왕 평창지구 등 24곳 500여만평을 풍치지구로 관리하고 있다. 풍치지구에서는 5층 이하의 건물만 지을 수 있다.
김포공항 주변을 제외하고 북한산 인왕산 남산 한강 주변 등 약 300만평은 고도제한지구로 관리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고도제한지구로 묶이지 않은 주요 산자락을 비집고 고층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 중”이라며 “재건축 허가 등 도시계획 입안권이 구청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형평을 맞추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의 5대 산 가운데 관악산 아차산 등의 대부분 지역이 아직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아 이들 지역의 훼손을 막을 수 없는 상태다.
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서울의 주요 도로 등을 조망지점으로 설정해 산을 가로막는 건축물을 규제할 수 있도록 풍치지구 및 고도제한 지구를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규제가 없는 관악산 아차산 지역에 대한 실태를 먼저 조사해 경관 훼손 방지 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고도제한 및 풍치지구 지정 방침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수유 성북 인왕 평창지구 등 주요 풍치지구나 남산 등 고도제한지구에서는 주택재개발 사업을 위해 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또 지난해 고도지구로 지정된 북악터널 서쪽에서 상명여대까지 등 평창동 일대는 이미 14, 15층 규모의 아파트가 5개 단지 이상 들어서 있어 일부 연립주택의 12층짜리 재건축 계획이 반려되자 주민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 주민 김모씨(35)는 “우리의 아파트 재건축 계획 지점보다 훨씬 산 위쪽에 이미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우리는 아파트를 5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형평성을 잃은 시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형평성의 문제는 있지만 북한산 등은 서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주요 지역으로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고층 재개발 재건축의 억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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