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최민수, 1년 9개월만에 드라마 복귀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탤런트 겸 영화배우 최민수(38)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물론 터프 가이다. 해가 바뀌어도 그 이미지는 계속돼 요즘 모 휴대전화 광고에서 가수 이정현이 “잘 자, 내 꿈 꿔∼”하는 대사의 최민수 버전은 “니 꿈은 내가 꾼다!” 란다.

하지만 요즘 분명 코드가 다른 몇몇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단적인 예가 그의 대학(서울예대) 후배인 개그맨 표인봉, 탤런트 박철 등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그의 성대모사와 학창 시절 뒷얘기 등을 통해 감히(?) 최민수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연예계 후배들에게 엄한 것으로 알려진 그이기에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더군다나 그는 SBS ‘백야 3.98’ 이후 1년 9개월여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SBS 24부작 월화드라마 ‘사랑의 전설’(3월6일 첫방송, 밤 9·55)에서는 계속되는 사시 낙방 끝에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 보낸 후 변호사로 성공해 다시 그 여자를 찾는 역을 맡게 된다. 최근 주연을 맡았던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의 ‘비(非) 터프가이’ 이미지를 이어가는 셈이다. 최근 경기도 일산의 한 피자 가게에서 드라마 촬영을 막 끝낸 그를 만났다.

▼ 아버지 잔상 지우는데 두달 걸려 ▼

―눈에 힘이 많이 빠진 듯하다.

“그래 보이나? 아마 좀 전에 촬영하던 ‘분위기’가 남아서 그럴 것이다.”

―요즘 부드러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일련의 작품 선택이 ‘터프함’과는 거리가 멀어서일 듯하다. 물론 얼마 전 떠나보낸 아버지(영화배우 최무룡씨)의 공간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허해지는 것도 한 이유다. 아버지의 잔상을 지우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아무튼 이번 드라마도 이전의 최민수 스타일은 아니다.

“그 점에서는 나이가 든 모양이다. 이제는 친구같은, 매일 아침 하는 운동같은 작품과 만나고 싶다. 물론 이 드라마는 ‘모래시계’ 처럼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 아니다. 동선(動線) 잡기도 애매하고,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다.”

▼ '사랑의 전설' 연기하기 만만찮아 ▼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터프함’은 어떻게 되나?

“여전히 유효하다. 내 연기의 원천이다. 그렇지만 남성다움이란 겉만 강인해보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어린 친구’들과는 같이 연기하기 싫을 때가 있다. 여기서 어리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린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

―간단히 드라마를 소개해달라.

“아픔과 추억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현실적인 이유로 여자를 떠나보내야 했던 남자가 겪는 애증같은 거…. 촬영 시작 전 작가에게 ‘좋은 남자로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자전거 페달의 목가적 의미’ ‘내 공간의 페이지’ 등 부연 설명없이는 얼른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사용했다. 이는 전형적인 최민수 식 어법으로 일부에서 그를 놓고 ‘느끼하다’고 하는 것은 이런 말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 "느끼하다니… 그 근거를 대라" ▼

―이제 정말 중견인데 아직 당신이 ‘느끼하다’는 사람도 있다.

“(흥분한 어조로) 그렇다면 내 무엇이 느끼한 지 근거를 대라고 해라! 그리고 누가 내 머리가 비었다고 말했다면 나는 그 사람과 견줄 자신이 있다. 나는 한 작품을 마치고 다시 그것을 하라면 몸서리쳐진다. 그만큼 내 연기에 치열하다. 나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다.”

―요즘 쓸만한 연기자는 전부 영화로 몰려 방송국에서는 드라마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TV에서 얼굴 익히고 영화로 돈벌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의 중흥기에 후배들에게 모두 여의도에 남으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하지만 그 중에서 ‘미련한’ 천재가 한 두 명 정도는 나왔으면 한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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