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시민단체에 의해 마땅히 물갈이 돼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이 되살아난 듯한 것이 요즘 상황이다. 제4신당 창당 주역으로 떠오른 몇몇 얼굴을 비롯해 심지어 이미 정치적 검증이 끝난 퇴출자들까지 경쟁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무리 ‘자기 반성’을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이런 행태는 반(反)역사적이고 반시대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총선시민연대는 이들에 대한 입장을 좀 늦게 표명하기는 했으나 신당창당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선연대는 신당 창당움직임을 “당파적 이해와 정치적 득실에 따른 명분없는 이합집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욱 용납하기 어려운 작태는 이들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부풀리고 거기에 기대어 정치적 잔명(殘命)을 보존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줄줄이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 집을 찾아가는 이유가 ‘YS의 힘’을 빌려 특정지역 민심 덕을 보자는 빤한 속셈이 아닌가. YS는 이제 전직 대통령으로서 보다 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자칫 묵시적 동의로 해석되기 쉬운 ‘침묵’으로 현재의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국가 원로’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공천에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욕심’이 일부 개재되어 있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공천 탈락자들이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부랴부랴 아무런 정체성도 없는 지역당을 만드는 것이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그들은 한나라당내 부산 민주계가 몽땅 신당에 합류하기로 했다느니, 부산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신당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식의 ‘자가발전’으로 바람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총선에서의 유불리(有不利)로만 재고 있는 듯한 집권여당도 비판의 과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민주당의 공천이 비록 한나라당처럼 분란을 빚지는 않았다 해도 오히려 보다 비민주적이고 반개혁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제 남은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오는 총선에서 오늘의 유권자가 더 이상 어제의 유권자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정치개혁은 국민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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