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배럼 자신도 스탠퍼드대가 있는 팰러앨토로 돌아와 신생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95년의 일을 생각하며 그 제의를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배럼처럼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이야기는 요즘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의 93년도 졸업생들의 경우처럼 갑작스러운 부와 뜻하지 않았던 성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찾기가 어렵다. 그것은 이들이 월드 와이드 웹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휴렛, 팩커드, 제리 양 배출▼
스탠퍼드대측은 졸업생들이 얼마나 부자가 되었는지 일일이 추적조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직원들은 93년도 졸업생들 중에 유난히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시인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익사이트(Excite@Home)의 창업자 6명 중 5명, 스포츠 용품 판매 사이트인 포그도그(FogDog)의 창업자 3명, 야후의 초창기 직원 중 1명, 트릴로지 소프트웨어의 개척자 등이 모두 스탠퍼드대의 93년도 졸업생들이다. 아직 20대인 이들 중 대부분이 적어도 수천만달러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93년도 졸업생들은 98년에 동창회가 열렸을 때 무려 16만3000달러를 학교에 기부했다. 5년마다 열리는 동창회 기부액수로는 최고였다. 그런데 이 기록은 인터넷으로 부자가 된 94년도 졸업생들에 의해 99년에 깨졌다.
보스턴대에서 종교 및 미국 공공생활 센터를 맡고 있는 사회학자 앨런 울프는 “이 세대는 너무 젊은 나이에 돈을 벌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라면서 “이들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이들을 선망하는 사람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또래들의 우상”이라고 말했다.
▼93,94 졸업생 특히 많아▼
실리콘 밸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스탠퍼드는 인터넷 슈퍼스타들을 유난히 많이 배출했다. 물론 스탠퍼드는 실리콘 밸리 최초의 첨단기술 기업 중 하나인 휴렛팩커드의 창업자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34년 졸업)를 배출한 학교인 만큼 졸업생이 부자가 되는 일쯤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졸업생들이 부자가 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던 반면 93년도 이후의 졸업생들은 인터넷 덕분에 훨씬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학부 학생들의 생활주기도 90년대 초부터 ‘인터넷 시간’에 맞춰 빨라지기 시작했다. 스탠퍼드의 교무 부총장 제임스 몬토야는 “옛날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여행을 하며 세상을 본 후에 자리를 잡겠다고 생각한 반면 요즘 학생들은 더 나이가 들어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많이 생기기 전에 지금 창업회사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물론 93년도 졸업생들이 모두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어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98년의 동창회 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생 중 약 12%가 첨단기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재학생에 성공의 꿈 심어▼
다른 대학에 비하면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다른 일에 종사하거나 아이를 기르느라 일을 쉬고 있는 졸업생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뚜렷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존재 때문에 젊은 졸업생들은 일종의 현대판 복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배럼은 인터넷의 심장부에 살면서 28세의 나이에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가끔씩 불편한 기분이 되는 것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가 된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것이 내 시각을 바꿔놓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나는 사람들과의 경주에서 뒤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sunday/022000biz-stanfor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