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선 선거 브로커들의 돈요구에 질려 ‘나같은 사람은 아직 정치할 때가 아니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각기 몇 표씩 갖고 있다는 선거꾼들이 집요하게 손을 내미는 데 그만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출마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 전화도 수차 있었다고 한다. 표밭 현장의 구태(舊態)는 국민의 ‘깨끗한 정치’ ‘정치개혁’ 여망과는 너무 동떨어진 아수라판 바로 그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내 공천이 확정된 뒤 일부 기성 정치인과 소위 몇몇 정치 지도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태’에도 절망을 느꼈다. 어제까지 총재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조아리며 자파(自派)공천을 애걸하던 중진들이 공천탈락 발표와 함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비방하고 돌아서는 풍토가 기가 막혔다. 그래서 ‘현 정치판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면역(免疫)과 이해가 부족함을 절감’하고 정치 입문의 꿈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선거판의 구태와 중진들의 구악(舊惡)행태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말았다는 고백이다.
혹자는 윤교수를 향해 ‘그런 정치현실을 모르고 뛰어들었느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또 ‘그런 아수라판을 개혁하려는 꿈을 가졌으면 끝까지 관철해야지 나약하게 물러나서야 될일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런 비판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우리는 윤교수의 책상물림식 판단이나 ‘경솔함과 실수’를 비호할 뜻은 추호도 없다. 다만,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정치와 선거의 위선 타락과 부조리에 대해 어떻게든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되며, 그 숙제는 바로 우리 유권자 모두가 이번 선거에서 해내야 할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좋은 인재, 참신한 신인은 정치를 외면하고 그래서 정치 무대의 ‘고인물’은 바뀌지 않은 채 세월이 가도 정치의 소프트웨어는 개선 개혁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기 때문이다. 낙천 낙선운동이 제아무리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맑은 물’같은 신인이 흘러들지 않는 정치판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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