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희망찬 '아이들과 미래'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모처럼 마음이 깨끗해지고 인정이 절로 되살아나는 듯한 뉴스였다. 인터넷 벤처기업 25개사가 1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불우 어린이와 청소년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복지법인 이름도 ‘아이들과 미래’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훈훈한 인정이 아이들을 감싸고 살찌워 희망찬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

‘아이들과 미래’는 연말까지 출연금을 300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주요 사업으로 결식아동 돕기, 불우 청소년 정보화 교육, 탈북 북한 어린이 지원 운동 등을 벌이지만 기금 출연자들은 법인의 운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가난과 불평등, 사회적 편견의 질곡(桎梏)에서 건져내는 일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좋다는 뜻이리라. 이번에 복지사업에 참여한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유망하긴 해도 아직은 큰돈을 번 회사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눔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한국적 기부문화가 편중된 부의 사회환원과 성장 결실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기업활동을 위한 준조세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부 성공한 기업들은 정치인이나 공무원 상대 로비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자선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방편으로 기부를 활용하는가 하면 상속세 증여세 회피를 위한 기업재단의 설립도 있었다. 기업의 기부행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별반 좋은 것만은 아닌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번 ‘아이들과 미래’의 복지사업 계획 발표는 그런 인식을 깨는 한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왕에 결실을 나누겠다고 공언한 다른 기업들도 더욱 나눔의 형태를 확대 재생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물론 자발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노력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진 계층이 못가진 계층에 도움을 주는 나눔을 일반화하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의 길로 나아가려면 참다운 기부문화의 정착에 정부도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이 외국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생색내기 전시용 기부금 걷기가 기부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킨 것은 아닌지 이제는 깊이 재고해볼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어렵게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살맛이 나며 미래는 밝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나눔의 정신이 빠르게 확산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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