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칼럼만이라도 정치공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뜻에서 문화와 체육면에 관해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문화 체육면은 그 위치상 신문의 변방이라 할 수 있겠으나 독자들에게 교양과 재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면과 그 가치를 달리한다.
근자에 들어 신문이 대폭 증면되면서 타지와의 차별화를 위한 경영전략적 변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면은 항상 풍성하나 그 속에도 소외되는 분야가 있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관련 기사는 끊이지 않지만 문학관련 기사는 드물게 본다.
지난 한 주 동안에 실린 문학관련 기사는 화요일자 A20면의 미국 소설 소개와 토요일자 B4면이 전부였다. 우리 문학동네에 뾰족한 뉴스거리가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수나 배우의 인터뷰 기사만큼 소설가나 시인과의 대담 기사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싶다. 예전에는 대중예술이 사회로부터 홀대받는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요즘은 그 입장이 뒤바뀐 것 같다. 적어도 문학이 연예만큼의 대접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문화면의 또 다른 특징은 기사 당 지면할당이 크다는 점이다. 아마도 심층보도를 지향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되나 지면할당이 크다 보면 아무래도 기사의 다양성은 떨어지게 된다. 현대 문화의 특징이 다양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심층보도의 깊이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그 다양성을 지면에 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키워드 21C’가 시도하고 있는 신조어 소개는 매우 시의 적절한 시도이다. 그러나 소개의 순서에서 최첨단 용어보다는 이미 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용어 중에서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경제면에 등장하는 단어 중에는 컴퓨터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용어가 많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체육면에도 소외된 곳은 많다. 아무래도 신문의 특성상 인기종목에 기사가 치우칠 수밖에 없겠지만 비인기 종목에 대한 차별이 심해 보인다. 야구 축구 농구의 경우는 선수들 신상문제까지 자세하게 보도되지만 배드민턴이나 유도의 경우는 국제대회 입상소식조차도 너무 작게 취급되었다. 골프의 경우는 선수들 경기소식은 물론 골프 클리닉 코너까지 한 주에 두 번씩이나 큼지막하게 실렸다. 골프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골프를 대중 스포츠라 할 수는 없다. 골프 못하는 사람들의 심사도 조금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사회의 소외된 곳을 비추는 것이 신문의 사명이지만 신문은 소외시키는 곳을 비추고자 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